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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마음이 급해서 그런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뭔가 잘못 보는 일이 자꾸 생긴다. 수식 첨자 같은 것을 잘못 읽거나 책을 보는데 뭔가 의미가 맞지 않아서 다시 보았더니 내가 잘못 읽은 것이었다거나... 그저 마음이 급해서 그런 것이라고 믿고 싶다. 어떤 면에서 사람은 눈으로 본다기보다는 뇌에서 보는 것에 가까울 수 있는데 (눈 감고 있어도 꿈속에서 뭔가를 볼 수 있듯이..) 그런 효과가 아닐까...
그것과는 별개로 지식을 머리속에 집어넣는 것은 나이가 젊을수록 유리한 것이 맞는 것 같다. 학부 시절부터 지금까지 공부하거나 계산해 놓은 것들을 지금도 가지고 있어서 간혹 수업 준비하거나 연구 중 생각이 잘 안 날 때 뒤져보는데 그때마다 뭔가 생소함을 느낀다. 분명히 내 글씨 맞는데 그 내용을 지금 이해하고 있지는 않는 것이다 -_- 아마도 당시에 계산하기 급급해서 물리적인 의미를 해석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 더 큰 이유일지 모르겠지만.. 그때 공부한 내용을 지금까지 잘 파악하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한편으로 그 당시 한창 계산할 때는 제대로 답을 구하지 못했는데 지금 보면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하게 답이 나오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삽질이 완전히 의미 없는 것은 아니라고 안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경우가 아닐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답은 간단한데, 잊어버리는 것은 아주 당연한 현상이고 현 시점에서 나에게 익숙한 것을 '비교적' 잘하는 것뿐일 것이다. 그렇긴 해도 익숙한 것이 좀 더 많았으면 하는 생각도 있고, 그때 당시 계산했을 때 좀 더 생각해 보고 찾아보거나 사람들과 이야기해 보았더라면 더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도 뭔가를 따로 공부하고 있기는 하지만, 수업이나 연구하고 있는 것에 치이면 대규모의 계산을 마음 놓고 하기가 힘들고 조금씩 하다 보니 늘어지면 앞에서 본 내용을 잊어버리고 해서 뭔가 정돈이 안 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 굳이 조언 비스무리한 것을 하자면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양자장론이든 일반상대론이든 초끈 이론이든 하나라도 더 보는 것이 좋다는 것..
이건 그냥 느낌일지도 모르겠지만, 책을 볼 때보다 컴퓨터로 뭔가를 볼 때 오독률이 높은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자꾸 모니터를 가까이서 보려고 하나 싶은데... 생각해 보니까 점점 컴퓨터 이용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 같다. 논문 관련한 것이 아닌 일로 컴퓨터 켜는 일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인데, 이번달 부터 학과장 임기가 끝나서 결재할 일도 없으니 더 그렇게 된 것 같다. 휴대전화를 대신 쓰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는데 나는 휴대전화를 인터넷 접속 용도로 쓰지 않는다.. 전화기 쓰는 것 자체를 꺼리는 면이 있기도 하지만 왠지 걸어 다닐 때는 주변을 계속 보고 싶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 다른 짓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해서...
그나저나 이제 슬슬 논문도 마무리해야겠다. 사실 지난 한주동안 뭔가 내가 놓친 것이 있어서 채워 넣느라 좀 정신이 없었다. 결론이 심하게 바뀌는 것이 아니기는 한데... 그래도 하나 더 배우기는 했다. 일단 혼자 쓰는 논문인지라 그림도 일일이 그려야 하고 계산 제대로 했는지 확인도 해야 하는데 하필 학기가 시작되어 수업이 계속 있어서 더 부산했던 것 같다. 수업 준비도 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계속 논문 생각하다가 시간 되어서 수업 들어가면 수업 모드로 잘 전환되지 않아서... 별 것 아닌 부분에서 이야기가 늘어지거나 이상하게 빠르게 진도를 빼는 식으로 듣는 학생 입장에서는 내가 원망스러워질 수 있는(...) 일이 생기게 되는 것 같다. So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