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0202 논문카테고리 없음 2024. 2. 2. 13:08
M.-S. Seo,
Asymptotic bound on slow-roll parameter in stringy quintessence model
2402.00241 [hep-th]
https://inspirehep.net/literature/2753934
Asymptotic region에서 parametric control이 가능한 potential이 있을 때 moduli들이 어떻게 행동하는가.. 에 대한 이야기. 작년에 썼던 논문들과 마찬가지로 작년 여름에 string pheno학회에서 들은 것들 중 궁금했던 것을 하나씩 들여다보다가 쓰게 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궁금했던 것인데, 내용 자체가 궁금했다기보다는 왜 지금 이 이야기를 하는 건가? 그러니까 맥락이 궁금했다. 그러다 보니 내용이 궁금한 다른 주제에 비해서 손이 늦게 간 면이 있다. 그런 것 치고는 학회에서 상당히 비중 있게 다뤄지긴 했다. 첫날 오전 planary session이 거의 다 이 이야기였으니까..
말하자면, moduli들이 가지는 값이 아주 클 때 초끈이론에서는 보통 parametric control이 가능하지만, 더 커지면 tower of states들이 질량이 낮아져서 moduli를 기술하는 effective theory가 더 이상 잘 작동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moduli 값이 크지만 tower of states들이 충분히 가벼워지기 직전의 영역에서 effective theory가 주는 물리적인 특성을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인데, 이 영역을 landscape의 경계라는 의미에서 asymptotic region이라고들 부른다. 그리고 이 영역에서 안정된 de Sitter 공간이 잘 구현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80년대 Dine-Seiberg의 연구에서 이미 잘 알려진 것이다. Parametric control이 안될 위험성이 있을 정도로 potential에 correction을 많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내부 공간 gauge field의 vacuum expectation value (VEV), 즉 flux를 개입시키면 이 문제가 완화되어, 단조롭게 runaway (canonically normalized 된 moduli 입장에서는 exponential 하게 감소하는 형태)하는 potential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굴곡이 생기게 되고, 이걸 통하여 다양한 moduli들을 안정화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Giddings-Kachru-Polchiski의 연구는 flux를 통해서 asymptotic region에서 complex structure moduli와 axio-dilaton이 안정화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직접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사실 다양한 moduli 중에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크게 두가지이다. 하나는 axio-dilaton으로, 특히 dilaton이 안정화된다는 것은 string coupling이 정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Dilaton 값이 클수록 string coupling이 작아져서, string loop correction, 즉 다양한 worldsheet topology들로부터 오는 보정항들이 control가능하게 (즉 perturbation이 유효할 정도로 작게) 된다. 그래서 axio-dilaton의 경우 flux compactificaiton을 통하여 dilaton이 충분히 큰 값을 가지도록 안정화되는 것이 중요하다. 단, 너무 크면 string mass scale이 너무 작아져서 string excitation이 decouple 되는 상황에서 적은 effecitve supergravity theory는 믿을 수 없게 된다. 여하간, flux compactificaiton에서 axio-dilaton이 안정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문제 제기가 있는 것 같지 않다.
문제는 여분 차원을 차지하는 내부 공간의 부피를 결정 짓는 Kahler moduli들이다. 기본적으로 이론이 가지고 있는 scale invariance 덕분에, Giddings-Kachru-Polchinski의 flux compactification에서도 이들의 potential은 여전히 runaway 형태인 것이다. 그래서 내부 공간의 크기가 시간과 상관없이 일정한 크기를 유지하려면, 즉 Kahler moduli가 안정화되도록 potential이 충분한 굴곡을 가지려면, 좀 무리수(?)가 필요하다. Exponential 하게 작아서 계속 무시해 왔던 non-perturbative effect가 사실 그 정도로 작지 않다고 하거나, 내부 공간의 특정 cycle 크기가 특별히 작아서 여기에 붙는 string length correction 즉 (string 길이 / 내부 공간 크기) 중에서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크기가 있는 항이 있는 경우를 생각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이것들을 동원해서 Kahler moduli를 안정시키자.. 는 것이 KKLT나 large volume scenario 같은 것들이다. 그래서 결국, 지금 이 시점에서 asymptotic region을 다루고, 여기서의 potential로 runaway potential을 주로 다룬다는 것은 KKLT나 large volume scenario에 대한 강한 불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두 가지 관측적인 사실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하나는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초끈의 흔적을 볼 수 없다는 것. 즉 string excitation을 본 것도 아니고, 낮은 energy에서는 점입자의 양자장론이 세상을 아주 잘 기술하기 때문에, 일단 asymptotic region에서 물리를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이 영역에서 parametric control이 아주 잘 되려면 모든 moduli들이 runaway potential 위를 굴러가야 하는데, 이건 우주론적으로 시간에 따라 vacuum energy density가 계속 작아져야 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재 관측 결과와 비교해 보면 vacuum energy density는 거의 일정해서 시간이 지나도 크게 변하지 않아 보인다. 모든 moduli들이 안정화되어 있다면, vacuum energy density는 그저 상수라서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을 것이다. Runaway potential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니까, 시간에 따라 변하는, 즉 quintessence 모형을 선호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간에 대한 변화율은 매우 작아야 관측과 모순이 없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Kahler moduli들은 또(-_-) 문제를 일으킨다. Scale invariance가 요구하는 것은 superpotential이 Kahler moduli들에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Kahler moduli들의 dynamics는 Kahler potential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는데, 이때 runaway potential의 기울기는 조절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고, order 1 값으로 고정되어 버린다. 그래서 Kahler moduli들이 움직이고 있는 한, quintessence 모형도 우리 우주를 잘 설명하지 못한다. 이 즈음되면 진짜 눈 딱 감고 무리수를 둬도 좋으니 Kahler moduli들이 안정되어 있는 쪽으로 가고 싶어 진다.
이 점을 강조한 논문이
M. Cicoli, F. Cunillera, A. Padilla, F. G. Pedro,
Quintessence and the Swampland: The parametrically controlled regime of moduli space
Fortsch.Phys. 70 (2022) 4, 2200009 ( 2112.10779 [hep-th] )
https://inspirehep.net/literature/1994964
되겠다. String pheno 학회에서 소개되어서 저 분들 도대체 어떤 우주를 좋아하시나? 하는 궁금증이 들게 만들었던 것인데.. 신정 직후에 논문을 신경 써서 읽다 보니 왠지 내가 같은 내용으로 논문을 쓴다면 다른 식으로 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de Sitter swampalnd conjecture에 대해 내가 쓴 첫 논문이 준 교훈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당시 DBI 모형에 de Sitter swampland conjecture가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쓰면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지금도 그렇지만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potential의 형태에 너무 집착(?) 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초끈 모형 입장에서 moduli potential의 형태가 물리량을 설명하는 가장 기본적인 정보라는 점에서 보면 이해 안 갈 것도 아니지만, 이미 slow-roll이 아닌 영역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양자역학 문제에 비유하자면 '바닥상태'가 아닌 'excited state'를 볼 수밖에 없다는 건데, potential의 기울개만 이야기하는 것은 바닥상태만 이야기하고 넘어가는 것 같아서 뭔가 이야기가 깔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DBI model 같은 경우도, potential의 기울기가 어느 정도 있지만, 우주는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de Sitter에 가깝게 있을 수 있다. Potential의 형태를 다루든, 그 위에서 움직이는 입자들의 kinetic energy 효과까지 고려하든, 궁극적으로는 우주가 어떤 geometry로 기술되는가, 특히 이게 de Sitter를 얼마나 불안정하게 만드는 상황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potential의 기울기가 아닌 horizon의 크기가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가를 가지고 기술하는 쪽이 보다 본질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생각이 de Sitter swampland conjecture를 접한 이후 연구 방향에 상당히 영향을 주었다. 계속 초끈 현상론 쪽에서는 potential의 형태에 집중해서 연구가 진행된 반면, 나 같은 경우는 horizon의 불안정성 쪽에 관심이 갔고, 그 결과 중력이 열역학적인 부분을 같이 이해하려는 방향으로 가게 되었다. 그래서 보기에 따라서는 '친구가 많아질 수 있는 (혹은 잘 알려질 수 있는 (?)) 기회를 차 버린'(?)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내가 처음부터 초끈 현상론에 담근 사람도 아닌데 굳이 방향까지 그대로 따라가야 하나? 싶기도 하다. 어떤 면에서 보면 그쪽 사람들이 익숙해서 금방 내놓을 수 있는 쪽에 매달리기 보다는 그쪽은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따라가면서 할 수 있으면 논문을 쓰는 식으로 하고, 동시에 다른 방향으로도 접근해서 알고 있는 영역 혹은 할 수 있는 영역을 최대한 넓히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것은 내가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뭔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럴 때 중요한 것은 남들이 한 것을 빠르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잘 납득할 수 있는 형태로 뭔가를 만들고 그것을 기준으로 무엇을 할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지라... 당장은 별 볼 일 없어 보이더라도 최대한 내가 결정해서 나갈 수 있는 범위를 넓히는 것이 지금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그렇게 실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인지라 이게 꼭 대세를 따라가는 것처럼 안보이거나 대박을 터뜨리지 않는다고 나에게 딱히 손해가 가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긴 한데... 논문 내용은 사실 갓 장론을 배운 대학원생도 쓸 수 있을 정도로 싱거운 것이다. 사실 지금도 논문 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약간 애매하다. 어떻게 보면 장론에서 beta function 가지고 coupling이 scale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는 작업을 그대로 들고 온 것인데, Kahler moduli나 dilaton 같은 경우는 Kahler potential을 통해서 F-term potential의 모든 항에 공통적으로 같은 함수꼴로 등장하기 때문에, 분석이 좀 더 간단해지는 면이 있다. Cicoli-Cunillera-Padilla-Pedro 논문과 기본적인 결론 즉 Kahler moduli나 dilaton이 runaway potential 위를 굴러다니면 asymptotic region에서 slow-roll parameter가 1보다 크게 될 수밖에 없다는 no-go theorem은 그대로지만, 이걸 potential의 기울기가 아닌 Hubble slow-roll parameter 즉 horizon 크기의 변화율로 이야기했다는 것이 가장 다른 점이 되겠다. 우선 modulus 하나만 굴러다니는 경우를 보면, Hubble slow-roll parameter에 stable fixed point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게 된다. 즉, 시간이 엄청 오래 흐를 때 수렴하는 Hubble slow-roll parameter 값이 있다는 것인데, 물론 이 값은 1보다 크기 때문에 여기서 slow-roll 근사를 쓸 수는 없다. 보통 이 경우 Hubble slow-roll parameter 값은 potential slow-roll parameter 즉 potential의 기울기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지만, runaway potential이 아주 가파르지만 않는다면 fixed point에서의 Hubble slow-roll parameter 값은 potential slow-roll parameter 값과 같다. 그런 면에서 보면 Cicoli-Cunillera-Padilla-Pedro 논문에서 이야기한 potential slow-roll parameter 이야기가 그대로 적용되는 면도 있지만, 두 가지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하나는 potential 감소율이 어느 값 이상으로 크다면 Hubble slow-roll parameter의 fixed point 값은 potential과 상관없이 3으로 고정된다. 이건 potential이 양수라야 한다는 조건에서 강제로 나온 것으로, potential이 너무 빠르게 감소해서 Hubble parameter보다 (이건 전체 energy를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slow-roll이 통하지 않는 범위에서는 운동 energy도 같이 감안된다) 더 급격히 0으로 가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potential이 충분히 작아도 꽤 큰 크기의 운동 energy가 있어서 Hubble parameter는 potential만큼 급격히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여러 개의 moduli들이 동시에 움직일 경우도 Hubble slow-roll parameter는 fixed point 값을 가지지만, 이 값은 단순히 하나만 굴러갈 경우의 fixed point값을 더한 것이 아니다. 이건 potential slow-roll parameter와 가장 크게 차이를 보이는 것인데, 실제로 하나만 굴러갈 경우의 fixed point값을 더할 경우 이때 potential은 양수라야 하는 조건과 어긋나게 된다. 이때 fixed point 값은 potential이 양수인 조건에서 나오는 3으로 고정된다. 다시 말해서 field 개수가 많아진다고 Hubble slow-roll parameter 값들이 그대로 더해지면서 커지는 것은 아니라는 소리. 사실 우주론에서 quintessence를 진지하게 생각했던 분들은 slow-roll만 보지 않았더라면 금방 알아차릴 수 있는 내용인지라 이미 알고 있을 수도 있는데, 적어도 초끈 현상론 쪽에서 적절히 이야기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서 일단 논문으로 써 본 것이다. 이유야 아까 이야기한 대로 potential의 기울기에 집중한 면도 있고, slow-roll 조건을 강하게 의식한 것도 또 한 가지 이유겠지만. 사실 이후 논문들을 보면 이런 제약에서 벗어나고 있기는 하다.
그렇게 해서 일 하나가 일단락되었다. 요새는 논문 하나 쓸 때마다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이 드는데, 이게 말로 간단히 표현되는 것 같지는 않아서... 뭐랄까.. 계속 혼자 살다가 대화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사람 같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