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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도 끝나가서 내일 청주로 돌아간다. 지금은 다음 연구 거리를 생각하는 중. 일단 얼추 확인하고 싶은 것이 하나 생긴 것 같다. 7월에 대전 string pheno에서 본 것을 다시 보다가 좀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싶은 게 있어서...
이전에 generalized symmetry에 대해 생각하던 것이 있었는데, 그건 일단 뾰족한 답이 없는 것 같다. 처음 구상은 topological한 언어로 쓰이는 generalized symmetry 관점에서 S-matrix가 어떻게 보일 지를 보고, 이어서 초대칭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는 것이었다. 여기서 염두에 둔 것이 Coleman-Mandula theorem이었다. Bosonic 하고 spin이 큰 보존되는 charge가 있을 때 이게 spacetime symemtry와 연동된다면 아주 trivial 한 scattering (상호작용 없이 그냥 슝슝 지나가는 것)만 남지만 fermionic 한 charge는 그런 제약 조건이 없다는 것... 이 골자. 조금만 생각하면 알게 되는 것이긴 했지만 이걸 generalized symmetry에서 다루는 higher form symmetry에 그대로 적용하기 힘든 것이, higher spin charge는 사실 symmetric tensor로, antisymmetric tensor인 higher form charge는 Levi-Civita tensor를 이용하면 그냥 scalar처럼 적을 수 있다... 혹시 내가 뭔가 놓치고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게 있으면 나중에라도 다시 생각났으면 좋겠다.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해 누군가가 좋은 조언을 해 주는 것은 말 그대로 행운에 가깝기는 하다. 연구를 하면서 얻은 중요한 교훈 하나는 내가 궁금한 것에 대해서 바로 옆의 누군가가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말 것... 이다. 이건 자연스러운 것이고 어떤 면에서는 좋은 신호이기도 하다. 즉각적인 대답이 안 나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내가 아직 그것에 대해 뭔가 할 여지가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모종의 내용을 논문으로 내놓았다고 해도 그게 스토리 하나의 완결이 아닐 뿐만 아니라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저자들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에 대해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거나 아직 모를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나에게 익숙한 생각의 흐름이 다른 사람에게 적용되리라는 법이 없어서 나에게 당연한 질문이 그쪽에는 아주 생소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것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 말하자면 내가 궁금한 것 중 아주 많은 수는 즉각적으로 만족할만한 대답을 얻기 힘든 것이고, 반대로 안타깝게도 내가 공부했다고 해도 그것과 관련한 모든 질문에 만족스러운 답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듯이 모르는 것을 직접 찾아보고 생각해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고, 그게 사실 연구를 시작하는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사실 파 들어가다 보면 내가 궁금한 것을 이미 누군가가 해 놓았거나 아니면 더 많은 경우는 내가 뭔가를 오해한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 논문으로 나오지는 못하겠지만, 그것도 그것대로 모르는 채로 있는 것보다는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니까 나쁜 것은 아닌 것 같다. 시간낭비는 더더욱 아니고. 이게 나중에 다른 연구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같은 질문을 많은 시간 (몇 년) 뒤에 다시 하는 사람이 그 질문을 하기 전에 생각해야 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하나는 그 오랜 시간 동안 그렇게 궁금한 것에 대해 답을 찾을 노력을 했는지? 적어도 잠정적인 감이라도 잡고 있는지?이고 또 하나는 앞의 질문에 답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그렇게 답에 대한 갈증이 없다면 정답을 말한들 그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게 아닌지?라는 것이다. 다소 가혹한 힐난일 수도 있지만 두 질문에 대한 답이 궁하다면 어떤 면에서는 자신이 좀 더 다른 단계로 갈 가능성을 일찍 포기한 채 그것을 다른 사람이 만족할만한 답을 주지 못한 탓으로 돌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을 수도 있다.
20여년 동안 물리에 대해서 많은 사람을 보면서 확실히 깨달은 것이 아무리 똑똑하고 기억력이 좋고 계산 능력이 뛰어난 들 모르는 것에 대해 내가 잠정적으로라도 결론을 내고 싶다는 모종의 갈증이 없다면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기 힘들고 더 높은 단계로 갈 가능성은 더더욱 줄어든다는 것이었던 것 같다. 이건 지금까지도 실시간으로 계속 보게 되는 광경이고 나도 그런 면에서 너무 안이하지 않은가 싶을 때가 꽤 많다. 그래서 계속 모자라다고 느끼는 것이나 한번 제대로 정리할 필요가 있는 것을 계속 찾는 중이다. 이런 것들이 계속 쌓이는데 반해 충분히 집중할 시간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이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걸리는 것도 감안해야 하다 보니 좀 많이 답답하다. 그래도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서 하나씩 해 보는 수밖에 없는데 시간이 지나 알았던 것도 잊어버리면 진짜 약 오르는 일이다. 어쨌건 크게 보면, 중력이 가지는 양자정보적 성질에 관해서는 한번 제대로 된 관점을 가지고 싶고, swampland program 쪽에 계속 생각을 담그려면 초끈이론에 대해서도 지금처럼 필요한 것을 하나씩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제대로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야기가 나온 다음에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해 내서 제대로 끌고 가고 싶은 욕심이 생기다 보니 계속 부족한 것들이 눈에 밟힌다.
연휴 때문에 서울로 올라오면서 심심풀이삼아 한번 죽 훑어보려고 가지고 온 것이 Green-Schwarz-Witten의 초끈이론책이었다. 사실 이게 초끈이론 연구를 위해 당장 읽어야 할 책은 아니기는 하다. 이후에 나온 D-brane이나 M-theory, AdS/CFT 등등은 이론을 보는 관점을 많이 바꾸었고, 이들을 이해하기 위한 수학적인 도구나 물리적인 생각들은 따로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이후에 Polchinski 라거나 Kiritsis, Blumenhagen-Lust-Theisen, Becker-Becker-Schwarz 이런 식으로 계속 책이 나와 왔다. 그렇긴 한데, 양자장론의 여러 교훈들을 이런 식으로 적용할 수 있구나 하는 관점에서 보면 이 책이 좀 특별하달까... 여하간 다른 면이 느껴져서 재미있다. 아직 많은 것이 당연하지 않던 시절이 쓰여서 그런지 아니면 저자들의 성향이 그런 건지는 모르지만 설명이 꽤나 친절한 것이 오히려(-_-) 이색적으로 느껴지는 면이 있다. 첫 부분을 보면 학부 수리물리 과정에서 배우는 Gamma 함수를 가지고 초기 강한 상호작용을 기술했던 60년대 초끈 이론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는데, 지금 보니까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 모르겠지만 꽤 재미있게 쓰여진 것 같다. 수식과 물리적인 설명이 분리되지 않고 꽤 잘 뭉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달까... 단순히 수식이 가져다 써야 할 관계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물리를 이야기하는 언어로 잘 기능해서 식의 어떤 부분이 어떤 물리 현상과 연결되는지를 좀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해 주는 느낌이다. 기왕 본 거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