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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1018
    카테고리 없음 2026. 10. 18. 10:20

     중간시험 기간이 끝나고, 내가 맡은 과목 중 하나는 해당 학년 학생들이 교생 실습을 나가서 한 달 동안 방학이다. 그래서 여유가 좀 생겼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조삼모사인데, 한 달간 비는 시간만큼 나머지 학기 기간 중 수업을 해야 하다 보니 수업 기간에는 1주당 한 시간 더 수업을 하게 된다. 그래서 약간 피곤하긴 하다. 올해는 미국 방문 건이 있는데, 방문 날짜를 고를 수 있어서 실습 기간 동안으로 정했다. 아무래도 수업 기간이 좀 빡빡해서 보강 만드는 것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고 (이건 강의하는 사람도 피곤하지만 듣는 입장에서도 그렇게 좋지 않은 일이다. 그냥 듣는다고 이해되는 것도 아니고...) 나도 그냥 놀러 가는 것이 아닌지라 방문할 때 무슨 이야기할지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그게 최선인 것 같은데.. 사실 특별히 어떤 쪽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고 정해진 것이 아니라 이 이야기 저 이야기하면서 뭐가 좋은지 찾아가는 컨셉(?)이다보니 이게 이것도 좀 알아가야 되나 저것도 알아가야 되나 하나 보면 봐야 될 것이 상당히 늘어난다. 어쨌건 평소에 궁금하거나 논문화가 되지 않은 것 중에 그래도 이것만 좀 알면 뭔가 괜찮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것들을 대충 추려보니 크게 6가지 정도가 나오는데, 그중 두 개 정도는 세미나 하다가 언급할 생각이다. 그게 다 정말 괜찮은 이야깃거리인지, 혹은 좋은 방향을 찾을 수 있는 것들인지를 따지면 또 줄어들 거고, 솔직히 그쪽 분위기를 모르다 보니 내가 준비한 것들을 이야기할 기회가 그다지 많이 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런 것과는 별개로, 한번 정리해 보니 나도 지난 1년 동안 한 것들을 다시 보게 되어서 괜찮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보통 한참 생각하다가 논문화 되지 않은 것은 잘 건들지 않게 되는데, 계속 뭔가 새로 논문들이 나오다 보니 그쪽에 정신이 팔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긴 한데, 논문이 되었건 안되었건 상관없이 마무리되었다... 고 생각한 것 안에도 아직 더 생각할 거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 논문 하나로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리되지는 않고, 오히려 새로운 혼란이 생겨서 다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되는 경우가 있는 건데, 사실 이게 가장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논문 쓴 다음 이거 가지고 더 뭔가 할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는 것은 오히려 달갑지 않은 면이 있다. 그렇다고 당장 뭔가 생각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묵혀놓다가 모종의 의도치 않은 기회로 막힌 것이 뚫리듯이 논문을 쓰게 되는 경우도 있다. 당장 von Neumann algebra 가지고 쓴 논문도 그런 경우고... 그러고 보니 가서 세미나 할 내용에 von Neumann algebra 이야기를 적긴 했는데 그쪽에서 관심을 가질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swampland program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양자중력이 현재 실험으로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다고 해도, 그게 양자중력과 low energy effective theory가 완전히 분리되는 것은 아니라는 건데, 내가 완전한 de Sitter와 이게 약간 변형된 quasi-de Sitter를 비교하면서 느낀 것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Planck scale이 내가 가지고 있는 effective theory의 전형적인 mass scale(예를 들면 Hubble parameter)보다 아주 높게 있는 경우라면 언뜻 볼 때 background metric이 matter의 작은 변화에도 크게 변하지 않는 등, 중력의 dynamical 한 면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Metric도 거의 고정된 상황에서 약간의 요동을 다루는 것이기도 하고.. 그런데 양자역학적인 상황을 다루다 보면 중력의 dynamical 한 면이 생각보다 중요하게 개입해서, 언뜻 보면 거의 비슷한 de Sitter과 quasi-de Sitter도 양자중력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큰 차이를 줄 수 있고, 실제로 von Neumann algebra가 중력의 decoupling limit에서 아주 다르게 행동하는 것도 그게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건 이리 저리 하다 보니 다음 단계 방향에 대해 몇 개 집히는 것이 좀 생겼다. 생각해 보니 크게 눈에 띄는 논문이 나오지 않는 기간에는 한 1-2년 정도 생각한 것들을 날 잡아서 정리하고 다시 보는 것도 괜찮을지도? 매일 논문이 많이 올라오는 arXiv지만 항상 뭔가 눈에 띄는 것은 아니니까.. 그나저나 arXiv가 요새 좀 많이 무거워진 느낌이 든다. 내가 학부생 때에는 서버가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에 mirror site가 있거나 (한국에도 있었다. xxx.snu.ac.kr였나 했을 텐데 진즉 없어졌고... ) 한 ip에서 너무 과하게 접속한다 싶으면 접속 중단(...)이 되는 일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인터넷이 말 그대로 대중화되다 보니 많이 나아졌고, 특히 J. Simons 선생이 헤지펀드로 돈을 엄청나게 번 이후 많이 지원해 주시기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꽤 쾌적하게 arXiv를 이용할 수 있었는데, 요새는 약간 불편해진 것 같기도? 사실 좀 불만스러운 것은 공지사항 같은 것이 별도의 블로그에만 올라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쪽 국경일 혹은 기술적인 문제 해결 등을 이유로 논문이 안 올라올 때 이걸 바로 알 수 없다는 게 예전보다 안 좋아진 면 중 하나인 것 같고.. 점점 새 논문이 뜨는 시각이 원래 공지된 시각보다 점점 늦어지는 것도 같다.. 예전에는 대체로 공지 시각 30분 안에 확인할 수 있었고, 화요일 같이 (주말에 올린 논문까지 합쳐서 모두 올리다 보니) 논문이 많을 때만 좀 늦어지는 정도였는데, 요새는 1시간 정도 늦게 뜨는 것은 기본이 된 것 같아서.. 아마 인공지능 발전으로 안 그래도 많이 올라오던 논문 양은 더 많아졌는데, 최소한의 검증에 필요한 시간은 늘어나다 보니 생기는 일이라서 불평하기도 좀 미안하긴 하지만... 오죽 하면 사람 당 올리는 논문 수를 제한까지 하겠나... 또 생각해 보면 이론물리 업계의 경우 이야기의 흐름을 크게 바꿀만한 큰 이벤트가 없는 상황에서 (예를 들어 LHC에서 뭔가 나온다거나 AdS/CFT급의 제안이 있다면 좋겠지만..) 뭔가 교조화랄까.. 관료제화랄까.. 하는 비슷한 느낌이 있는데, 그것과 맞물리면서 더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야 좀 불편해졌네? 그래도 명색이 주요 학계의 큰 시스템인데.. 하고 생각하는 정도로 넘어가지만 (사실 내 일이 더 바빠서...-_-) 아마 정도 이상의 불만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나게 되면 arXiv의 대안 사이트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이미 있긴 한데 아직은 arXiv 만큼의 지위를 얻지 못해서... 마치 군소 웹 브라우저 같은 느낌이 든다.. : 솔직히 Edge나 chrome 같은 웹브라우저도 좋지 않은 면이 있고 어떤 것은 예전 버전보다 퇴보했나? 싶기도 하지만 그게 다른 웹브라우저의 선택으로 이어지는 건 또 다른 문제인지라.. 그렇긴 한데 인공지능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이게 정말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 적응 잘해서 잘 써먹은 집단인가 싶을 정도로 다소 혼란스러운 면이 있어서, 누군가에게는 그게 새로운 기회가 될지 모르겠다. 그 기회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살리는지가 문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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