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문 감상 계속..카테고리 없음 2026. 9. 12. 05:04
저번에
J. Cotler, V. Ivo, J. Maldecena,
Renormalization in Liouville gravity and stochastic inflation
2608.26244 [hep-th]
https://inspirehep.net/literature/3196757
를 본 뒤로 좀 더 이야기를 이해해 보려고 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재미있다. 같은 사실이라도 이해하는 방향이 다를 수 있고, 각 다른 방향에서 좀 더 쉽게 보이는 물리 원리가 있다는 점 때문인데... Eternal inflation 자체가 time fluctuation의 random walk에 해당하다 보니, 기본적으로 Fokker-Planck 방정식을 풀어서 접근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local 한 미분 방정식 형태라고 할 수 있는데, Cotler-Ivo-Maldacena의 접근은 같은 이야기를 reheating surface volume의 renormalization이라는 좀 더 global 하면서 간단한 형태로 풀어낸다. 그래도 세부 계산은 Fokker-Planck 방정식의 결론을 빌려다 쓰지만, 사실 많은 부분은 굳이 방정식을 풀지 않고도 직관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서 결과적으로는 꽤 단순한 이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양자장론 훈련받은 탓에 좀 더 친밀감을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여기서 쓰이는 가정은, reheating surface를 다룰 때 physical cutoff scale이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reheating surface (t=constant=inflation이 끝나는 시각) 에 해당하는 time slice의 metric을 ds^2=e^\zeta d\hat{s}^2 라고 하면, \zeta는 curvature perturbation, 즉 시간의 fluctuation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physical cutoff은 재규격화를 위해 마련된 ds의 최소 길이 scale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zeta가 요동하는 양자장이다 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좌표계 (fiducial 혹은 comoving coordinates라고 한다)가 가지는 cutoff, 즉 d\hat{s}의 최소 길이 scale은 요동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eternal inflation이 일어날 때는 이 요동이 매우 크기 때문에 comoving UV cutoff은 아주 많이 요동치게 된다. 여기서 고전적인 행동이 그럭저럭 잘 맞으려면, 미시적으로는 저렇게 요동이 많이 일어나더라도, 거시적으로는 요동이 적은 매끈한 표면으로 근사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래서 거시적인 즉 IR comoving cutoff을 고정된 length scale로 잡는다면, 이건 내가 양자중력적인 효과가 두드러지는 미시적인 scale로 접근하지 않는 한, Friedmann 방정식을 잘 따르는 괜찮은 거시적인 묘사라고 할 수 있다. 이때 reheating surface와 같은 observable들은 거시적으로 보면 미시적인 요동을 적분해 버린, 즉 coarse graining을 한 것으로 기술되어야 하고, 이는 comoving UV cutoff에서 fixed IR cutoff으로 renormalization running을 시킨 것과 같다. 그런데 문제는 eternal inflation이 일어나는 상황에서는 그 요동이 아주 클 뿐만 아니라, 이때 Hubble parameter는 거의 상수나 다름없기 때문에 (slow-roll parameter \epsilon이 H^2/M_{\Pl}^2이라는 작은 값보다 더 작아야 한다...) scale invariance를 가진다는 것이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metric이 FRW 형태로 쓰여지는 flat coordinates에서는 de Sitter의 timelike isometry가 time translation와 spatial scaling의 조합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time slice 입장에서 보면 spatial scaling이 isometry의 일부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게 전에 이야기한 fractal 구조와 연결된다. 미시적인 행동 양상은 거시적으로도 똑같이 보여야 한다는 것. 따라서 미시적으로 요동이 많다면 같은 요동이 많은 행동이 거시적으로도 보여야 하고, 그 결과 고전적으로 기대되는 매끈한 거시적인 reheating surface는 만들 수 없게 된다. 이걸 좀 더 기술적으로 이야기하면, \epsilon이 아주 작다면, fluctuation에 의해 Hubble parameter가 줄어들지 않고 계속 큰 값에 머물거나 더 커질 확률은 무시할 수 없게 되고, 전체 volume은 계속 증가하기 때문에 reheating surface의 부피를 재규격화하는 즉 coarse graining 과정에서 running parameter에 대한 적분 안에 나오는 (큰 요동에 의해 Hubble parameter가 안 줄어들 확률)*(부피)는 e^{양수*running parameter} 이런 식으로 나와 적분이 발산해 버린다. 반대로 \epsilon이 충분히 크면 (큰 요동에 의해 Hubble parameter가 안 줄어들 확률)*(부피)는 e^{음수*running parameter}가 되어서 적분이 수렴하고, 결과적으로 reheating surface의 부피는 아주 잘 재규격화 되어 거시적으로 보면 매끈한 표면이 좋은 근사가 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와는 별도로 Brown 운동과 같은 random walk를 분석하는 방식도 꽤 눈길을 끄는 면이 있다. 보통 Gaussian 확률 분포를 생각하는데, 적분 parameter 뿐만 아니라 분산 마저 적분 parameter에 의존하면 어떻게 하는지를 따져야 하는 상황이라서.. 그 결과 규격화 상수도 적분 parameter에 의존하는데, 이거 구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재미있었던 것 같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random walk의 대표적인 예라면, 향수가 공기분자와 계속 충돌하며 퍼지는 것 혹은 꽃가루가 물분자와 계속 충돌하면서 이동하는 것 (그리고 술 잔뜩 먹고 운동장에서 비틀거리며 돌아다녀 보는 것) 등등일 것이다. Eternal inflation을 다룰 때는 조건 하나가 더 추가된다. 일단 reheating surface에 다다르면 inflation은 완전히 끝나는 상황인데, 이건 reheating surface 위치에 해당하는 특정 위치에서는 일종의 흡수판 같은 것이 있어 random walk가 중단되는 것과 같다. 여하간, random walk를 하는 과정에서 step이 지나도 여전히 계속 흡수판을 향해 가는 입자가 몇 개나 있을지를 헤아려 보면 Fokker-Planck 방정식에서 이야기한 대로의 확률 분포가 나오고, 이건 아까 이야기한, 분산과 규격화 상수들 역시 적분 parameter에 의존할 때를 정확하게 기술한다.
그렇게 일단 상황 파악은 되었으니, 좀 알아볼 것을 하나씩 해 볼 요량이다.
항상 그렇지만, 이미 알려진 것을 정리하는 것과 가이드 없이 하나씩 시도해 보는 것은 꽤 다른 느낌이다. 첫인상과 전혀 다르게 진행되어서 처음에는 이거 정도면 간단하게 되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 막상 해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처음에 간과했던 것들이 하나씩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든다. 그래서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런 복잡함을 예전 천동설을 위해 주전원을 그린 것 같은 불필요한 수고로움이라고 생각한다면 시나리오 자체에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해서 접게 된다. 반면, 기본적인 줄기만 유지하면 결국 맞는 방향이고, 지금 만나는 복잡함은 나중에 어떻게든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계속 끌고 갈 수도 있다. 어느 것이 정답인지 모르기 때문에 그 선택 중 어느 것이 맞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시간은 막 가는데 진전이 없고 쓸만한 결과가 잘 나오지 않으면 그닥 즐겁지 않지만, 대단한 연구가 아니더라도 그런 일은 늘상 만나기 마련이다. 그런 일을 계속 겪다 보니 착실함과 결과의 비례성을 너무 의식하거나 기대하면, 머릿속에 뭔가 넣거나 내가 직접 수고스럽게 부담스러워 보이는 계산을 하고 생각을 하는 것보다 연구라는 판을 조직하고 그 안에서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것에 더 안정감을 느끼는 유혹에 빠지기 쉬운 것 같다. 누군가 똑똑해 보이는 사람이 뭔가 이야기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조직하는 일은 조금만 합리적이라도 확실한 결과를 준다. 다른 사람의 말은 내 이야기가 아니니 틀리더라도 내가 책임질 필요가 없고, 사실 생각해 내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평가하는 것은 난이도가 낮으면서 틀릴 확률도 적기에 똑똑해 보이기 딱 좋은 면이 있다. 그런 것에 대한 혐오감을 적나라하게 보인 분이 수학자 G. H. Hardy였는데, 지금 보니 왜 그렇게 강한 거부감을 보였는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