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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31 논문카테고리 없음 2023. 5. 31. 12:23
M.-S. Seo,
(In)stability of de Sitter vacuum in light of distance conjecture and emergence proposal
2305.18673 https://inspirehep.net/literature/2663742
연구 방향을 '우주론과 관련된 이론적 구조' 쪽으로 잡으면서 생각했던 것은 black hole 못지 않게 급팽창(inflaiton) 우주론이나 현재의 가속팽창하는 우주가 중력의 양자역학적 성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소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Black hole과 비슷하면서도 몇가지 점에서 결정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좋은 비교 대상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단순한 사변적인 논의에 그치지 않고 관측된 것들과 비교할 수 있는 가능성이 꽤 많이 열려 있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우주론적 섭동론 (cosmological perturbation theory)를 비롯해서 입자물리, 초끈이론 등 '고에너지 이론물리' 에 속하는 각 분야마다 나름대로의 접근 방법이 있는데, 장님 코끼리 만지는 느낌이라서 저마다 할 수 있는 것과 한계가 동시에 존재하는데 반해서 한곳으로 묶으려는 시도는 생각보다 활발하지 않은 느낌도 있다. (그런 면을 잘 인식하고 실제 연구에 반영하는 분을 꼽으라면 J. Maldacena 선생인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양자중력을 한다'는 것이 떄로는 양자중력과 관련된 연구를 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마저도 쓰고 싶지 않은 말이 되는 느낌도 있다. 말하자면 순진하고 꿈이 남아있는 초짜 대학원생이 저 양자중력을 연구하고 싶어요 라고 하면 뭔가 세상물정 모르고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감만 넘치는 사람을 보는 시선이 쏟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2018년 정도 이후에 계속 관심을 가져온 문제는 de Sitter swampland conjecture이다. 처음 나왔을 떄는 '양자중력이 허용하는 potential은 무조건 가파른 형태여야 한다'는 도발적이랄까... 과격한 주장 때문에 입자물리에 걸쳐 있는 사람들로부터 그럼 Higgs나 axion은 뭐냐..는 식의 반응이 나왔는데, 그 후에 refined version이 나왔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de Sitter의 불안정성이기 때문에 굳이 무조건 potential이 가파를 필요는 없고, potential이 평평한 곳에서는 cirvature가 커서 곧 potential이 가파른 영역으로 가도 사실 상관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런 '추측'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뒷받침하는가일 것인데, 그런 면에서 주목하게 된 것이H. Ooguri, E. Palti, G. Shiu, C. Vafa, Phys. Lett. B788 (2019) 180 [1810.05506] ( https://inspirehep.net/literature/1698308 )
였다. 중력의 열역학에서 나온 covariant entropy bound과 초끈 이론에서 유래한 distance conjecture가 같이 작동해서 de Sitter를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이야기라서, 아직 미숙한 중력의 열역학과 관련된 여러 예제를 공부하면서 적용해 보는데는 나쁘지 않는 소재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면서 계속 마주치게 된 것이 distance conjecture이다. (H. Ooguri, C. Vafa, Nucl. phys. B766 (2007) 21 [hep-th/0605264] https://inspirehep.net/literature/717890 ) 좀 더 부연하자면, 열역학 자체만을 가지고 깔끔하게 de Sitter 공간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보이는 것은 분명히 한계가 있어보인다는 것이 문제의 시작이였다. 사실 그게 가능했으면 관련 연구가 한참 이루어졌던 70-80년대에 벌써 지적되었을 것이고, 실제로 꽤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뭔가 찜찜하달까.. 완벽히 납득이 가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보조적인 뭔가가 더 필요했고, distance conjecture가 나름 동원될만 했다는 것.
그러면 반대로 열악학을 생각하지 않고 distance conjecture만 가지고 de Sitter의 불안정성을 이야기한다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가 궁금해지게 되는데, 그런 면에서 주목하게 된 것이 `emergence proposal'이다. 2010년대 후반부부터 조금씩 이야기되어 온 것으로(D. Harlow, JHEP 01 (2016) 122 [1510.07911] https://inspirehep.net/literature/1400995 ,
B. Heidenreich, M. Reece, T. Rudelius, Eur.Phys.J.C 78 (2018) 4, 337, [1712.01868]
https://inspirehep.net/literature/1641280 ,
Phys.Rev.Lett. 121 (2018) 5, 051601 [1802.08698] https://inspirehep.net/literature/1657421 ,
T. W. Grimm, E. Palti, I. Valenzuela, JHEP 08 (2018) 143 [1802.08264] https://inspirehep.net/literature/1657204 )
distance conjecture의 역할을 좀 더 극대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다. 말하자면, 초끈 이론을 보면 가벼운 moduli들이 있을 때 항상 이들과 couple하는 tower of state들이 있기 마련이다. radion과 Kaluza-Klein mode 사이의 관계가 대표적일 것이다. Distance conjecture는 이들 moduli들이 계속 값이 커질 경우 tower of state들의 질량이 극도로 작아져서 effective theory를 해칠 정도까지 된다고 이야기하는데, 이건 moduli의 low energy dynamics, wavefunction renormalization이나 effective potential들이 결국 tower of state들에 의한 재규격화(renormalization) 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이걸 좀 더 과격하게(...) 밀고나가서 원래 moduli (좀 더 욕심내서 더 밀고 나가면 모든 low energy 입자들 -_-)는 UV에서 아무 dynamics도 없지만 tower of states들이 재규격화 효과로 들어오면서 wavefunction renormalization이 생기면 그게 kinetic term이 되고 vacuum energy를 변화시키면 potential이 되고.. 하는 식으로 low energy dynamics가 결정될 것이라는 가설을 만든 것이다. 이런 과격한 주장을 바로 받아들이기는 좀 그래서 보고만 있기는 했는데, A. Castellano, A. Herráez, L. E. Ibáñez 논문들
[2212.03908] https://inspirehep.net/literature/2612938
[2302.00017] https://inspirehep.net/literature/2628757
을 보다가 문득 이걸 de Sitter swampland conjecture와 연결지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논문을 쓰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보고 있자니, distance conjecture가 de Sitter의 불안정성에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는 했지만 한계도 동시에 가지고 있어서 그것만 가지고 de Sitter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많이 힘들지 않을까 싶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게, loop 효과에 의해 effective potential tower of state가 생길 때 boson이냐 fermion이냐에 따라 행동은 완전히 반대라서 한쪽이 de Sitter가 불안정한 potential을 만들면 다른 쪽은 안정화시킬 수밖에 없다. 좀 더 정확히 보면, fermionic tower들이 만드는 potential은 딱 de Sitter swampland conjecture가 보여주는 그대로 행동하기 때문에, bosonic tower는 de Sitter가 안정될 가능성을 보여주게 된다. 그래서 열역학적 이야기를 하든, 다른 이야기들 하든 뭔가가 더 있어야 de Sitter가 불안정하다는 주장을 (하고 싶다면)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초대칭의 존재가 꽤 중요하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일단 초대칭이 처음 UV에 주어져 있다면 de Sitter는 초대칭이 깨지는 효과라고 할 수 있고, soft mass들을 가지고 많은 boson들을 fermion보다 무겁게 만들 수 있다. 뒤집어 보면 low energy에서 fermion들이 더 많게 되고, 결국 potential에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anti de Sitter로 가면 초대칭이 다시 살아나게 되니까 여기서는 moduli의 안정화 등을 이야기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5년 전 처음 de Sitter swampland conjecture를 보았을 때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간 느낌이 들기도 한다. 계속 제자리를 뱅뱅 도는 느낌이 들기도 한데... 어쨌든 중력의 열역학과 우주론으로의 적용, 그리고 초끈 모형 세가지가 지금 연구의 중요한 축이다 보니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이상하지 않기도 하고. 이게 어떤 방향으로 변하게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계속 갈 수 있는 곳까지 가 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