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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랜만에 seminar
    카테고리 없음 2023. 5. 25. 19:58

     어제 밤에 세미나 발표를 했었는데, 여러가지 의미로 의외였던 것 같다. 

    https://sites.google.com/view/string-pheno-seminars/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세미나 제안을 받는 것은 적어도 나에게는 좀 드문 일이라서... 일단 누군가가 내 논문을 보고 있다는 사실은 아직도 뭐랄까... 약간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인용될 때 단순히 이런 선행연구가 있었다더라 하고 인용하는 것이 아니라 제법 분석까지 한 것들이 꽤 있기도 하고, 아예 스쿨 같은 곳에서 내가 그린 (미적으로는 그리 좋지 않은) 그림을 분석까지 한 것을 본 적도 있기는 하지만. 어쩌다가 세미나 조직하시는 분들이 제안을 했는지는 알겠는데, 비슷한 방향의 논문을 쓴 적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3월달에 쓴 논문과 그분들이 쓴 gravitino distance conjecture가 접점이 있다.   

     의외라고 느꼈던 것에는 초청 분야가 '초끈'현상론 쪽이었다는 점도 한몫 했을지 모르겠다. 원래 전공이 입자물리 쪽이라서 알고 있는 사람들도 그쪽이 더 많은 면도 있지만, 처음부터 전공하지 않은 분야를 건드리는 것이 주는 어색함도 꽤 있다. 초끈 쪽은 이제야 조금씩 공부하는 처지인데, 그쪽에 이미 익숙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학생 때부터 조금씩 공부나 연구를 통해 지식을 쌓아오고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적응된 사람들보다 미덥지 못할 수밖에 없다. 사실 나도 논문 쓰면서 꽤 자주 무면허운전(...) 하는 기분을 느끼다보니, 논문을 쓸 때 뭔가를 내놓아서 인정받으려고 한다기 보다는 그런 것은 일단 제쳐두고 하나라도 뭐 좀 배우자는 느낌이 더 강하다. 어쩌면 그쪽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거나 내 논문을 읽는 것이 다소 생경한 것은 그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나도 내 논문을 좀 낮게 보고 있었달까.. 이번 7월에 대전에서 초끈현상론 학회가 열리는데 굳이 발표 신청 안하고 옵저버 역할을 하기로 한 것도 지금은 뭔가를 말하기 보다는 좀 더 들어야 할 때라는 판단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가 하는 연구분야가 정확히 어떤 카테고리냐고 물으면 나도 콕 집어서 이야기하기 좀 그렇다. 어떻게 보면 여러 분야의 교차로에 자리 잡고 필요성을 느끼는대로 입자물리든 우주론이든 끈이론이든 조금씩 건드리면서 확장시키는 쪽에 가까운데, 이게 많이 위험한 것도 사실이라, 교수 된 다음에 본격적으로 하게 된 것이다. 모든 것에 걸쳐 있다는 것은 반대로 모두에게 관심을 받지 못할 수도 있고, 어중간함이 꽤 자주 여기 저기서 다른 각도로 공격 받을 가능성을 키워주는 면도 있다. 그래서 사실 지금도 일단 논문을 써서 배우는 쪽에 집중하기는 하지만 많이 조심스럽다. 그렇게 보면 학제간 융합이라는 것이 많이 힘들다는 것도 느낀다. 같은 고에너지 이론물리 범주 안에서도 그렇게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의사소통도 잘 안되는데.... 
     
     그리고 좀 더 개인적인 취향을 이야기하면, 학회 발표보다는 세미나를 좀 더 선호하는 면이 있다. 학회는 뭔가 사람들이 별 관심이 없다는 느낌이 강한데, 세미나 같은 경우는 적어도 한 사람 이상은 꼭 관심을 가지거나 들을만한 이야기를 해 주는 것 같다. 지금 한 것은 ZOOM을 통한 것이지만 보통 대면으로 세미나 하면 같이 밥먹거나 따로 이야기하는 일이 꼭 따라다니는데, 학회 같은 곳에서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나 좀 멍청해 보이는 질문을 하는 식으로 살짝 찔러보면서 정보를 얻기 더 좋은 면도 있고. 좀 더 솔직해지자면 나는 정서적으로+생활 양식상으로 아날로그 세대에 꽤 가까워서 (60년대 물리학자를 보는 것 같다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_-) ZOOM으로 뭔가 이야기하는 것이 좀 많이 어색하다. 코로나 기간 동안 줌으로 수업하기는 했어도 불편함을 더 느끼기도 하고, 사람들의 얼굴을 직접 볼 수 없으니 분위기를 느끼기도 힘들어 이야기할 때 융통성을 발휘한다기 보다는 준비한 것을 그냥 읽어내려가는 느낌이라서.. 생각해 보면 나에게 역학+수리물리+양자역학 까지 배운 학생들이 있지만 직접 이야기해 본 몇몇을 제외하고는 얼굴과 이름이 잘 매치되지 않아서 좀 미안스러운 감도 있기는 하다.

     어쨌건 오랜만에 세미나를 해서 좀 많이 피로가 몰려온 것 같다. 지금 논문 쓰는 것도 한창 진행중이라서 피로가 계속 누적중.. 일단 지금 발표한 거 7월달에 초대칭 학회 가서 또 발표하기는 해야겠는데 연습으로도 괜찮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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