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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216
    카테고리 없음 2025. 2. 16. 19:12

     생각해 보니까 이번 달은 어째 물리보다는 수학을 주로 보게 되는 것 같다. 지금 좀 더 파고 싶은 주제가 두 가지인데, 둘 다 수학을 좀 더 알아야 해서리...

     

      하나는 swampland program에서 연장된 것이다. 지금까지 초끈의 compactification을 보면, 충분히 parametric control이 가능한 영역인 moduli space의 경계 부분 (asymptotic regime)에서 우리 우주를 구현하는 것은 많이 힘들어 보인다. KKLT나 large volume scenario가 맞는지의 여부와는 별개로, 그러니까 metastable de Sitter가 아닌 quintessence를 구현하려고 하더라도 현재 우주와 같은 거의 일정한 우주 상수를 설명하기 힘들어 보이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tadpole conjecture에서 지적하듯이 많은 모형들이 가정하는, asymptotic regime에서 모든 complex structure moduli가 충분히 안정화되는 상황도 힘들어 보인다. 그래서 asymptotic regime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서 물리를 볼 필요가 있는데, 여기서는 지금까지 흔히 가정해 온 것들이 정말 잘 통한다는 보장이 없다. 이런 느낌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으로 보이는데, 논문들을 보니까 algebraic geometry를 좀 더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좀 보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short exact sequence에도 익숙해졌... 을지도? (사실 (co) homology 구조를 보다 일반적으로 다루기 위한 틀이다 : 계속 파고들다보면 둘 이상의 (co)homology 구조를 다룰 필요가 있는 등 이야기가 다소 복잡해지다 보니 필요해진 것이다.) 이쪽은 아직 본격적으로 논문을 보고 있지는 않고 (볼만한 것을 좀 골라놓기는 했지만 시간이 없어서 -_-) 책 보다 골라놓은 논문 하나씩 보다 하면서 하나씩 공부해 나가는 식으로 하는데, 이게 90년대부터 죽 이어지고 있는 고인물이라서 아마 책이나 강의록 하나 본다고 (쉬워지기는 하겠지만)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읽히지는 않을 것이다. 계속 논문 보고 필요한 것을 공부하고 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시간이 지나야 익숙해질 것들이다. 

     두 번째는 중력의 열역학적 해석에 필요한 수학인데, 이건 한번 논문을 써 보기는 했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긴 해야 할 것 같다. 다른 게 아니라 von Neumann algebra 이야기. 이게 물리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아직 실감이 나지는 않지만, 적어도 formal 하게 density matrix가 어떨 때 재규격화가 가능한지를 알 수 있고, 관련된 물리량들을 다뤄볼 수 있는 나쁘지 않은 수단인 것 같다. 이건 사실 (von Neumann이라는 이름이 이야기해 주듯) 아주 오래전 이야기이지만 한동안 묻혀졌던 것이다. 물론 물리에서. 수학에서야 Murray, Takesaki, Conne, Jones 이런 분들이 계속 뭔가 해 오셨으니까.. 그래도 상대론적 양자장론 관점에서 인과율 같은 것들이 제대로 적용된 + 일반상대론적으로 확장된 양자역학의 대수를 다룰 수 있는 방법으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간간히 이야기되어 왔고, 최근 몇 년 사이에 H. Liu, E. WItten, C. Gomez 선생 등이 부각시키면서 종종 논문이 나오는데, 작년 여름에 나온 논문들 중 재미있어 보이는 것들이 꽤 있다. 그중에는 내가 그전에 쓴 논문과 같은 이야기와 같은 결론을 내놓고는 인용도 안 한 것도 있지만.. -_- 아무튼 하나 잡아서 보는 중인데, 하는 김에 시간을 좀 들일까 싶다. von Neumann algebra라는 주제도 주제지만, 수학적인 내용이 물리적인 상황과 연결되는 과정을 좀 더 제대로 분석해 보고 싶어서.. 그러니까 다소 추상적인 수학의 theorem들로부터 관련된 물리 문제를 어떻게 생각해 낼 수 있는지 같은 전체적인 '생각의 과정'에 좀 더 관심이 가는 중. 

     생각해 보면, 물리를 배우는 과정에서 같이 배운 여러 수학들, 선형대수나 미분기하학 같은 것들도 사실 처음부터 물리와 함께 해 온 것들이 아니다.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게, 물리의 어떤 영역이 처음 개척될 때, 그 내용들은 그전까지 가지고 있던 직관으로 이해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아직 물리적인 해석이나 직관이 확실하게 형성되지 않은 주제들을 논리적으로 다루려면 수학에 의존하게 되기 십상이고, 만약 그런 수학이 없다면 만들기도 해야 한다. (미적분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부터 생각해 보자..) 그래서 아무리 수십 년 연구해 왔다고 하더라도 그때까지 익숙하지 않았던 수학을 써서라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되는 뭔가가 갑자기 생기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해석학 열심히 해 오던 19세기 말 물리학자들에게 양자역학과 상대론을 해야 하니 선형대수를 배우고 미분기하학을 알아야 한다고 했을 때 그 분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지 상상해 보자) 그렇게 하나씩 찾아내가다가 익숙해지고 좀 더 사정을 잘 알게 되면 좀 더 쉬운 설명을 찾아내거나, 아니면 초심자들에게도 잘 와닿게 설명하는 체계가 만들어지게 된다. 그리고 애시당초 자연에 존재하는 원리라면, 그것을 이해하는 방법이 한 가지가 아닐 수도 있는데, 여러 접근 방법이 공존하면서 사람마다 와닿는 설명들이 여럿 생기기도 한다. 그러면 이미 만들어진 체계를 받아들이는 입장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입장에서 한눈에 잘 안 들어오는 수학을 어떻게 보는 것이 좋을까.. 그리고 여기서 어떻게 물리적인 아이디어를 건져내야 하는가... 가 알고 싶은 것이다. 물론 절대적으로 이래야 한다.. 는 것은 없겠지만, 적어도 내가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라도 찾으면 좋지 않을까.

     그렇긴 한데, 방학이 끝나가면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는 게 아쉽다. 항상 있는 일이니까 말은 이렇게 해도 어떻게든 하게 되는데, 한편으로는 이게 계속 가능한 것인지가 걱정스럽다. 요새는 안 그래도 답답하달까... 뭔가 더 넓게 갈 수 있는데 묶여 있는 듯한 + 주변으로부터 그걸 강제받는다는 느낌이 있다. 이게 뭐라고 말하기 힘든데, 제대로 뭔가 하려고 하거나 새로운 것을 이해하고 좀 더 찾아내려고 하는 것보다 현실에 안주하면서 이미 있는 것을 재탕하기만 하고 그것을 정당화하는 것에 자신의 지성을 쏟는 것, 혹은 자신의 지위에서 받아야 할 권리에는 민감하지만 해야 할 것에는 계속 이유를 만들어서 회피하면서 자신의 권위와 합리성을 과시하려는 것 같은 분위기에 끌려가기 싫은 것이다. 어떨 때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물리 연구에 보다 집중하고 싶은 생각도 드는데, 그건 아마 사치가 아닐까.. 그런 곳이 있더라도 나와 인연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좀 더 제대로 물리 연구를 하고 싶다는 욕심은 계속 있는데 이게 어떻게 충족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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