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연산자, 인과율, 얽힘....
    카테고리 없음 2025. 1. 20. 13:57

    학부 수준 양자역학에서 양자장론으로 넘어갈 때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입자들을 기술하는 연산자인 장(field)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장에 에너지가 저장되어 퍼져나가는 일반적인 형태가 파동임을 생각하면, 특수상대론적 양자역학이 양자장론의 형태로 기술되는 것은 결국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을 나타내겠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 와중에 입자의 성질을 결정하는 여러 물리량들, 즉 에너지, 운동량, 각운동량 등등은 이들 입자장들의 bosonic 한 연산자 함수로 표현되고, 특수상대론에서 중요한 인과율은 spacelike 하게 떨어진 두 지점에서 각각 정의된 bosonic 연산자들이 commute 하다는 조건으로 표현된다. 다시 이야기하면, 한쪽에서 측정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다른 쪽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좀 다른 각도로 해석해 보자면 이렇다. 양자장론에서 상태를 모종의 장 연산자가 vacuum에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할 때, 한 지점에서의 상태와 이곳에서 spacelike 하게 떨어진 지점에서의 상태가 얼마나 overlap이 있는지는 spacelike 하게 떨어진 두 지점에서 각각 정의된 두 연산자 사이의 correlation function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들은 exponentially 하게 감소하지 사라지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spacelike 하게 떨어진 두 지점 사이의 상태는 여전히 correlation이 있다는 것. Free boson을 가지고 계산하면 금방 modified Bessel function이 나오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한 가지 더 보면 lightcone에 가까이 갈수록 free boson의 correlation function은 발산한다. 이 발산 지점은 당연히 두 연산자가 정의된 각 지점 사이의 거리가 0으로 가는 경우도 포함해서, 두 지점이 아주 가깝다면 spacelike 하다고 해도 UV에서 아주 강한 correlation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게 암시하는 게 나름 의미심장한데, 양자중력에서도 곡률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아주 가까운 거리의 경우 특수상대론적인 계산을 적용할 수 있고 (이건 등가원리를 생각하면 된다. 너무 가까이 가서 Planck length정도가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적어도 등가원리가 성립하는 최소 거리에서는 이 이야기를 적용할 수 있다) 그 경우 아주 강한 correlation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correlation function은 한 지점에서 모종의 상태가 (vacuum으로부터) 생성되어 propagate 한 다음 다른 지점의 상태로 옮겨진 뒤 도로 vacuum으로 붕괴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CPT theorem을 생각하면 이것과 정확히 같은 상태들 사이의 overlap 값을 주는 상황을 생각할 수 있는데, 다름 아닌 반입자가 시간 순서를 바꾸어서 진행하는 것이다. 즉, 입자의 propagation과 반입자의 propagation은 크기가 같아서 빼거나(boson) 더하면 (fermion) (더할지 뺄지는 Lorentz group의 representation 형태에 의하여 결정된다. 이게 다름 아닌 spin-statistics theorem, 즉 정수 spin은 boson이고 반정수 spin은 fermion이라는 이야기이다) 0이 나온다는 것. 그게 결국 field 연산자로 bosonic 하게 만든 에너지, 운동량, 각운동량 연산자들이 spacelike 하게 떨어져 있으면 commute 한 것으로 연결된다. 예를 들어 fermion의 energy는 fermion field 2개가 곱해진 형태 등으로 쓰여서 bosonic 하게 되고, 이들의 commutation relation은 fermion들 사이의 anticommutation relation으로 쓸 수 있다. 

     사실, 이 이야기를 양자장론 공부할 때 재미있게 느꼈던 이유는, 다른게 아니라 이게 현재 물리학자들이 EPR 역설을 대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상태들 사이의 correlation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 인과율을 정의하는 것은 상태 사이의 overlap(=correlation)이 아니라 연산자들 사이의 commutation relation이라는 것인데... 보통 EPR역설을 설명할 때 중요한데 잘 빠트리는 것 중 하나가 density matrix 이야기이다. 인과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곳의 물리는 영향을 주고받을 수 없기 때문에 '무지의 영역'으로 남게 되지만, 그렇다고 내가 접근할 수 있는 영역과 아무 상관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결국 '내가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의 양자역학적 계'는 open system이고, 여기서의 확률 분포는 고전적인 확률 분포에 가까운 mixed state density matrix로 기술되게 된다. 이때 보일 수 있는 것은, 내가 접근할 수 없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측정이나 unitari transformation 등은 내가 접근 가능한 영역의 partition function을 바꾸지 않는다. 즉 화성에서 모종의 특정이 이루어지더라도 그곳에서의 양자역학적 확률은 지구에서는 density matrix로 기술되는 고전적인(?) 확률로 기술되게 되고, 화성에서 ensemble을 이용해서 양자역학적인 확률을 알아내는 순간 지구에서는 그 상태와 entangle 된 상태가 제깍제깍 바뀌지만, 결국 density matrix로 기술되는 고전역학적인 확률 분포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괜찮은 예제가 

     S. Aaronson, Lecture notes for the 28th McGill invitational workshop on computational complexity
     https://www.cs.mcgill.ca/~denis/notes16.pdf

     초반부에 나온다. 특히 Theorem 1.2.1 (No communication theorem) )

     
     E. Witten 선생의 요약이 꽤 함축적인데... (arXiv:2412.16795  https://inspirehep.net/literature/2862365 )

    In general, entanglement between two quantum systems A and B establishes a sort of correlation between them, but this correlation cannot be exploited to transmit information. Indeed, nothing that one can do to system A will change the density matrix of system B, or will transmit information to one who only has access to system B.

     그러고 보니 S. Weinberg 선생 양자역학책에도 같은 이야기가 있다. 눈에 확 들어오는 방식이 아니라서 문제지만, 이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설명한 책은 별로 없는 것 같다.


     Entanglement와 EPR 역설은 양자역학의 해석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주제이고, 그래서 용어 자체는 상당히 잘 알려져 있다. 다만, 그렇게 알려진 것과는 달리 현재 어떻게 해석되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야기해 주는 곳이 많지 않고, 생각해 보니까 나도 학창 시절에 이런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수업 시간에 density matrix는 density matrix대로 지나가고 양자장론 공부할 때는 인과율을 그런 식으로 설정하는구나.. 하고 지나가곤 해서 둘이 사실 연결된 이야기라는 것을 눈치채려면 따로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사실 대학원 이상 되면 왠만한 지식이 다 그렇게 힌트는 주어지지만 따로 촉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모른 채 지나가는 것들 투성이인지라... 나중에 누군가가 너무 자연스럽게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하면 그때 당혹해 하기 마련이다. 어떻게 보면 박사 학위 같은 것과 관계없이 학위 과정 이후 학자로서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그런 것에 대해 얼마나 많이 질문을 던지고 질문만 던진 채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걸 알기 위해 뭐라도 해 보았는지의 여부일 것이다. 아무튼 직접적으로 이러하다...고 설명하는 것을 찾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특히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옛날 시점 이야기를 업데이트 없이 그대로 전하는 책들을 보면...) 아직도 아무도 설명을 못하고 사변적인 논쟁만 남은 신비스러운 뭔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다. 양자역학과 관련된 과학철학도 그정도로 사변적이지 않고 저런 이야기에 대해 매우 명확히 파악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물론 이 설명이 바뀔 가능성이 0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실험과 어긋나지 않는 모종의 설명 체계로서 이미 존재하고 있고, 물리학자들은 합리적인 근거만 있다면 그 생각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 정도는 사실이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