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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03
    카테고리 없음 2024. 12. 3. 13:45

     한 몇 달 정도 연구 관련해서 어떤 방향으로 갈지 계속 머리 굴리고 있었는데... 연구 주제와 관련해서 기본적으로는 크게 세 방향으로 진행해 왔고, 아마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 같다. 중력의 열역학을 양자 정보/컴퓨팅의 언어로 이해하는 문제, 초끈 이론의 compactification을 통해서 양자 중력의 특징을 이해하려는 swampland program, 그리고 위 둘이 실제 현상(특히 우주론)에서 어떤 식으로 나타날 수 있을지를 보는 현상론이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이론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뭔가.. 마지막 세 번째가 말 그대로 애매한데 실제 세 가지와 관련된 주제를 가지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 보면 결국 세 번째 쪽으로 논문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물론 그 이유는 그게 다른 게 아니라 배운 도둑질이라서.. -_- 상대적으로 경험도 있고 머리도 십여 년 넘게 그쪽으로 계속 굴려 오다 보니 무엇을 쓸지에 대한 촉이 가장 살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계속 적어왔지만 그 어중간함이 상당히 신경 쓰이게 만드는 감이 있고, 한계가 있다는 판단도 있어서 앞의 두 가지를 계속 시도하고 있는 상태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시간은 앞의 두 가지에 할애된다. 세 번째 경우는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생각하면 뭘 쓰면 좋을지가 비교적 금방 (그렇다고 해도 하루 만에 반짝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떠오르는 편인지라.. 

     항상 모든 문제는 '시간'으로 귀결되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편이라서 그 때 한번 집중할 수 있고, 그다음 일과 중에는 수업 혹은 생계 활동 (밥 먹고 시장 보는 것 등) 이외의 시간 얼마 동안 또 집중할 수 있어서 보통은 크게 두 가지 주제 정도는 어떻게든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하나 더 넣어서 세 가지를 한 번에 우겨넣는 것은 시간도 시간이지만 그만큼 집중이 안되니 효율이 영 없는 편이고. 공부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이해해서 뭔가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니 한 가지만 가지고도 시간을 엄청 쏟아야 하고, 항상 그렇지만 모든 것이 바로 이해되는 것은 아니라 며칠 계속 생각해야 할 것도 있으니...  그래서 세 번째 '애매한 뭔가'의 비중을 계속 줄이고 있다. 진짜 영 생각 안 나서 기분 전환 겸 논문 감 유지하는 의미로 한편 써야지 싶을 때 마지못해 보는 식인데.. 그럼에도 논문이 그쪽에서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면 영 찝찝하다. 말 그대로 비효율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물론 연구에서 효율성 따지는 것이 좋은 게 아닌 것은 알지만 아무것도 안 나오면 그건 또 그것대로 문제가 아닌가...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은, 앞의 두 가지에 대해 경험이 없어도 진짜 없다. 무엇보다 그쪽에 대한 지식은 모두 혼자 알아서 공부한 것이지 누가 가르쳐 준 적도 없고, 딱히 옆에 이야기할 만한 사람도 없는 상황이다. 단적으로 초끈 관련 수업은 들은 적이 없으니까.. 그래서 사실 앞의 두 주제에 대해서라면 내가 처한 형편은 대학원생만도 못한 상태일 수도 있다. 대학원생은 지도교수라도 있고 계속 비슷한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노출되기라도 하지.. 내 지속적인 관심과 논문 써오면서 기른 연구에 대한 경험 빨로 어떻게든 해 온 것이고, 아직 완숙하거나 신박하지는 않더라도 계속 경험 쌓기 차원에서 시작한 것들을 하나씩 내놓는 중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는 괜찮은 논문을 쓰겠지..라는 기대가 되면 좋겠지만, 나는 나 자신을 그렇게 믿지 못하는 사람이라서, 계속 그 수준에 머물면 어떡하지 하는 우려 + 꼭 시간이 나를 기다려줄까 하는 걱정이 계속 솟아나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 논문들 보다 보면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고, 그전에 수학을 좀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초끈 쪽이라면 무엇보다 대수기하학. 그쪽 용어를 관련 논문들에서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어서 그런 건데, 물리 하는 사람들끼리 나름 강의록을 만들어 놓아서 처음에는 그걸 따라가곤 했지만, 뭔가 땜빵 같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정작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느낌이 없다는 게 문제. 그래서 일단 그쪽은 중단시키고 아예 대수기하학 책을 보고 있다. 그래서 내년 봄까지는 꼼짝없이 그쪽에 묶이게 되었다. 문제라면... 내가 수학을 제대로 한 경험도 없다 보니 중간에서 끼어드는 상황인데, 엉망진창 같은 느낌이 계속 나기는 하지만 어떻게든 진행하고 있다. 적어도 내가 가지고 있는 물리 + 약간의 수리물리 지식으로 이해할 수 있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은 증명을 일일이 머리에 넣을 필요가 없고, 논문들 볼 때 이건 알아두어야겠다 싶은 것들을 체크해 놓았기 때문에 그걸 이해하는 것 위주로 하고 있는 중. 그리고 한 번에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으니까 최대한 그쪽의 언어와 생각에 친숙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이다. 지금 당장 삼키지 못해도 최대한 해 놓고 나중에 찾아볼 때 할 수 있는 고생을 최소화할 것, 그리고 논문에 사전 설명 없이 등장하는 용어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거나 적어도 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지는 알 수 있을 것. 이것들이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다음은 경험과 시간의 문제인데, 그것도 버티기 쉽지 않은 것이, 그렇게 수학을 공부했다 쳐도 논문이 바로 들어올 리가 없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어쨌건 결국 물리의 언어와 사고방식으로 바꾸어 받아들여야 하고, 그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그냥 수동적으로 다른 사람 논문에 끌려갈 뿐이지 내가 어떤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힘들다. 그때 조금이라도 고생을 덜하도록 머리를 만들어 놓는 것이 지금 해야 할 일일 것이다. 헤매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모쪼록 헤매는 시간은 적었으면 좋겠고, 보다 성공적으로 굴러가면(=괜찮은 논문을 쓸 수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다. 

     중력의 열역학 문제는 어제까지 계속 생각하던 것이 있었는데, 뭔가 떠오를 것 같은데 딱 맞물리는 것이 없어서 고민중이었다. 생각해 보니까 그쪽은 경험이 더 없긴 하네.. 시간을 좀 더 부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학기말이라서 집중할 정도의 시간 간격을 만들기가 영 힘든 것 같아서 묻어두게 되었다. 그대로 잊어버리는 것은 싫지만 경험상 보면 언젠가 다시 생각할 계기를 만나면 그때 괜찮은 생각이 나기도 하는 것 같다. 그게 5년 뒤가 될지 10년 뒤가 될지는 모르겠지만-_- 사람의 머리가 꼭 선형적인 것은 아니고, 이해도가 들어온 만큼 올라가는 것도 아닌지라 신경 쓴다고 반드시 바로 생각나는 것은 아닌데, 잠시 잊어버릴 때 오히려 정리가 되는 경우도 은근히 있다. 여기까지 읽으면 눈치챘겠지만 원래 나는 머리 회전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는 않다. 거기다가 물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대학 가기 거의 직전이었으니 늦기도 했고 사실 애시당초 이과에 그렇게 친숙했던 사람도 아니긴 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연구라는 것이 단거리 달리기 같이 짧은 시간 안에 답을 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장기적으로 계속 생각하면서 익숙해지면 조금씩이나마 앞으로 나갈 수 있고, 그걸 계속 밀고 나가는 것은 머리 좋은 것과 생각보다 상관관계가 없다는 점일 것이다. 머리 회전 속도가 느린 사람이 빠른 사람의 방식대로 하려고 하면 망하기 쉽지만, 빠른 사람이 놓치는 부분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있고,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있어 보인다. 아무튼 몇 달 생각한 '앞의 두 문제'들이 영 시원찮아서 머리 좀 식히려고 7월 말에 쓴 논문의 연장선을 생각했는데, 아주 좋지는 않아도 한두 달 정도 신경 쓰면 뭔가 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원래 이 부분은 7월 말 논문에 대해서 referee가 한 코멘트 중 '이 부분은 재미있어 보이는데 좀 짧게 썼네요?'라고 한 적이 있었다. 마침 그쪽에 대해서도 대략적인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현상론과 이론에 걸친 어중간한 것을 계속 손대는 것에 대한 꺼림칙한(?) 느낌 때문에 좀 방치하고 있긴 했다. 어제 저녁 즈음 그동안 생각해 온 열역학 문제가 구체화되지 않아 아몰랑 상태가 되면서 한번 퍼즐 푸는 식으로 주제 전환 좀 해서 생각해 볼까 했는데 아무래도 가벼운 마음으로 하다 보니 결과가 그저 그랬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퇴근했다가 오늘 아침에 출근해서 약간 변형시켜 보니 썩 좋지는 않아도 막 나쁘지는 않은 것이 보여 조금 더 들여다볼까 한다. 사실 생각할만한 다른 주제도 있긴 한데 그건 다음에 생각해 보기로. 사람 일이 항상 그렇지만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아서 꼬일 수도 있지만, 그건 그것대로 또 배울 것이 생기는 것이니 문제가 없지 않을까.. 그나저나 나는 언제 진화할 수 있을까.. 그전에 진화는 가능할까... -_-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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