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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vali 논문 감상기
    카테고리 없음 2024. 11. 14. 13:18

    요새 Gia Dvali 선생 논문을 몇 개 보고 있는 중이다. 90년대 후반 S. Dimopoulos, N. Arkani-Hamed 등과  large extra dimension을 이야기한 것으로 유명하신 분이시고, 개인적으로는 10여 년 전 IBS에 뮌헨에 유학 간다는 학생이 교환학생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그러고 보니 그 친구 지금 어디서 뭐 하시려나...) 보여줬던 논문을 (그 당시에는 별 관심이 없다가) 요 몇 년 사이 주의 깊게 보게 되면서 연구적으로 접점이 생긴 상태이다. 정작 직접 보고 이야기해 본 적은 없지만. 다른 게 아니고, 유효이론 (effective field theory)에 있는 입자 종류가 많게 되면 실제 중력이 중요해지는 cutoff이 Planck scale이 아니라 Planck scale/(입자 종류)^{1/2}이 된다는, species scale 이야기를 이 분이 집중적으로 연구하셨고, 이게 distance conjecture와 맞물리면서 swampland program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보면 처음 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de Sitter 공간의 불안정성 때문인데, Dvali 선생은 여기에 대해 나름 미시적인 설명을 시도하신다. Black hole이든 de Sitter 공간이든, 결국 soliton처럼 무수히 많은 중력자(내지는 중력파)가 중첩된 semi-classical object로 이해할 수 있고, 중력자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인해서 이 semi-classical 한 상태가 점점 불안정해져서, 마치 아주 잘 모인 wavepacket이 시간에 따라 점점 위치에 대한 확률 분포의 밀집도가 떨어지는 것처럼 비고전적인 상태로 진화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classical solution인 de Sitter는 결국 완전히 다른 상태로 변해버린다는 것이고, 연구를 하면서 이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공부하게 되었다.

     Einstein 방정식의 고전해를 중력파의 중첩으로 이해하고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고전해를 변형시켜서 결국 양자역학 특유의 성질을 보이게 된다는 아이디어는 나름 여러 양자중력 문제에 적용할만 하고, 실제로 지금까지도 Dvali 선생은 관련된 연구를 계속하고 계시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black hole 정보역설과 unitarity의 관계에 대한 논문

     G. Dvali, Entropy Bound and Unitarity of Scattering Amplitudes,
    JHEP 03 (2021) 126 2003.05546 [hep-th]
    https://inspirehep.net/literature/1785383

    이 퍽 재미있었다. 이야기는 중력의 fine structure constant라고 할 수 있는 a=(typical energy)^2/(Planck scale)^2이 있을 때, 유효이론의 상태 갯수 (N_sp) 혹은 물리적인 상호작용에 참여하는 입자들의 개수(n)에 따라 perturbativity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실제 섭동이론은 N_sp a 혹은 n a와 같은 't Hooft coupling을 가지고 전개하게 된다. 그리고 이 경우 entropy도 같이 구할 수 있는데, 아주 간략히 흑체복사할 때 경우의 수를 구하는 것처럼 n+N_{sp} 개의 물체에 N_{sp} 개의 구획을 넣는 경우의 수 (_{n+N_{sp}} C_{N_{\sp})에 log를 취한 것과 같게 된다. 보통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가 평형인 경우 a n은 대략 order 1이 되고, N_sp a까지 order 1이 되면 entropy는 대략 1/a 가 되는데, 사실 N_sp a ~ O(1)인 것은 초끈 이론에서 꽤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다. 당장 7월 말에 내가 쓴 (+오늘 출판된!) axion과 species scale, weak gravity conjecture와의 관계에 대한 논문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니까... Axion처럼 Goldstone boson이 나타나는 것은 Dvali 선생에 의하면 상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유효이론을 제대로 정의할 수 있는지를 S-matrix가 잘 정의되는지, 즉 아무 excitaiton이 없는 asymptotic vacuum을 정의할 수 있고 이 위에서 적절한 excitation들이 서로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 초기 상태로 존재하다가 어느 순간 이들이 한 곳에 모이는 식의 기술이 가능한지로 판단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한 곳에 모이는 순간 각각의 파동함수가 중첩을 일으키고, 이들이 black hole 상태를 만들거나, 아니면 (잘 정의하는 게 많이 어색하지만..) 진공 energy가 양수인 de Sitter 상태를 만드는 등의 현상을 일으킨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게 geometry가 다른 영역이 Minkowski vacuum 위에 생기게 되면, Poincare invariance가 깨지게 되고, 이에 따라 Goldstone boson이 생기게 된다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다. 이때 Goldstone boson의 decay constant를 f라고 하면, entropy 1/a는 geometry가 다른 영역의 면적*f^2으로 다시 쓸 수 있기 때문에, resolution이 가능한 정보가 담길 수 있는 최소 면적을 f^{-2}라고 볼 수 있다. 이 해석에 의하면, 중력자 역시 Goldstone boson으로 볼 수 있다. Self-interaction으로 계속 뭉치려고 하면서 Poincare invariance를 자발적으로 깨기 때문이다. 이때 f는 단순히 Planck scale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해석이 재미있었던 것은, 7월 말 내가 쓴  axion논문에서 axion physics에 axion decay constant와 gauge structure constant의 곱이 Planck scale을 대체하는 경우를 다루었기 때문이다. 특히 stringy axion에서는, 단순한 모형에서 그 곱이 Planck scale로 주어지기 마련이었고. 그런 식으로 내가 한 최근 연구와 접점이 생기는 게 보이다 보니 좀 더 끌렸던 것 같다.

     문제는 언뜻 보기에 1/a는 가능한 entropy의 최댓값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건 Hawking radiation이 보이는 black hole information paradox와 같은 문제라고 할 수 있는게, 결국 이 계산들은 semiclassical 한 유효이론에서 계산한 것이고, 양자중력 특유의 효과들이 아직 제대로 고려되지 않은 것들이다. 실제로 entropy가 무한정 클 수 없는 것은 unitarity bound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중력자 사이에 산란이 일어날 때 cross section을 생각해 보면, 단일 사건의 cross section은 상호작용에 참여하는 입자 개수 n에 대해 e^{-n}~e^{-1/a}으로 강하게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entropy까지 고려하면 전체 cross section은 e^{S}*e^{-n} ~ e^{S-1/a}가 된다. 여기서 cross section은 unirarity에 의해 계속 커질 수 있는 양이 아닌지라, unitarity를 강하게 요구하면 entropy S는 1/a보다 매우 크기 힘들다. 이 설명은 Page curve를 이해하는 또 다른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unitarity에 의해 제한되는 entropy의 최댓값는 1/a 혹은 면적*f^2 이 되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정해진 공간 안에 중력 효과로 인해 Minkowski와 영 다른 geometry가 생길 때 그 entropy가 어째서 면적에 비례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Black hole entropy가 대표적인 예제일 것이고, de Sitter의 경우 Dvali 선생이 H. Tye 선생과 함께 시작한 brane inflation 모형 중 한 형태, 즉 brane과 anti-brane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inflation이 가능한) de Sitter에 가까운 영역이 한시적으로 생기는 것으로 나름 구현할 수 있다. 그 말인즉슨, Gibbons-Hawking 두 분이 이야기했던 면적법칙을 따르는 de Sitter entropy를 설명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고, 실제로 Dvali 선생은 관련된 논문을 쓰시기도 했다.

    G. Dvali, Quantum Gravity in Species Regime,
    2103.15668 
    https://inspirehep.net/literature/1854237,

    A String Theoretic Derivation of Gibbons-Hawking Entropy,
    2407.01510 
    https://inspirehep.net/literature/2803587

    그러고 보니 옛날이야기이긴 하지만 brane inflation 중 brane과 anti-brane이 충돌하는 시나리오가 꽤 재미있다. Brane과 brane 사이의 상호작용부터 보면, 중력 및 dilaton에 의한 힘에 의해 인력이 p-form에 의한 척력 (같은 전하끼리니까)과 완벽하게 상쇄되는 것은 초대칭으로 설명할 수 있다. 반면 brane과 anti-brane은 p-form 전하가 반대부호인 물체들인지라, p-form 상호작용 역시 인력이 된다. 둘을 연결하는 open string의 spectrum을 보면 인력과 척력이 상쇄되는 초대칭이 구현되지 않아서 tachyon mode들이 멀쩡히 살아있다. Brane과 anti-brane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 open string 진동 mode의 질량에는 string의 tension까지 더해져야 하기에 질량^2은 양수지만, brane이 아주 가까워져서 초끈 길이 이하가 되면, tension은 작아져서 진짜 tachyon이 나타난다. 물론 여기서는 supergravity로 근사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tachyon에 의한 불안정함은 brane과 anti-brane의 쌍생성 enery로 소모되게 된다. 사실 de Sitter 자체가 thermal 하기 때문에 이게 tachyon 질량을 상쇄할 수도 있다. 

     논문들을 읽어가면서 이것 저것 생각할 거리가 떠오르다 보니 나름 재미있었던 것 같다. 물론 직접 계산하다 보면 생각하던 것들의 거의 모든 것들이 내가 잘못 이해한 결과이거나 누군가가 이미 해 놓은 것이기는 한데, 그래도 그렇게 많이 보다 보면 가끔 뭐라도 하나 괜찮은 것을 건지기는 한다. 

     어쨌건, 여기서 좀 더 깊이 들어가고, 장기적으로는 보다 독자적인 생각을 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계속 고민이 된다. 잘 안들여다보던 수학 (대수기하학이라거나..) 쪽을 조금씩 보는 것도 그것 때문인데... 아무래도 부담이 꽤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일단 분량이 방대하고, 그걸 또 물리의 언어로 재해독해야 하는 수고도 해야 하고, 그렇게 해도 뭔가 잘 생각나는 것이 없으면 좀 슬퍼지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아주 잘 알아서 내가 어느 정도 깨달았을 때 이미 저만치 새로운 것을 내놓으며 시야 밖으로 사라지는 바람에 내가 할게 많지 않아 진다는 것도 문제고.. 여하간 그렇다. 일단 천천히 조금씩이나마 해 보고 있는 중이기는 하지만 매달리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것. 그런 문제는 사실 나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그쪽으로 공부해서 박사 받고 같은 연구 하는 사람과 계속 부대끼지 않은 이상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사실 그것 때문에 대체로는 다른 사람의 전문 영역을 가 보는 것이 흔한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그쪽과는 다른 내 관심사 일이 우선이다 보니 시간을 쏟는 것에 한계가 있는 면도 있고... 일단 나는 필요성을 느끼기도 했고, 생존과 관련된 손해를 보지는 않기 때문에 건드려보는 중이긴 하지만 사실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은 그렇게 강하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Dvali 선생의 연구 방향은 다소 참고할 가치가 있는 면이 있다. 이 분도 자신의 연구 프로그램 내지는 관점이 있고, 여기에 따라 논문을 계속 쓰시고 계시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swampland와 비슷한 지향점을 가지고 그쪽에 영향을 준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다른 결을 보인다. 극단적으로 초끈 이론을 하드코어 하게 들어갈 때 나오는 대수기하학의 여러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일단 물리적인 설명을 만들고 계속 다듬는 것인데, 사실 내가 처음 염두에 둔 방향도 그런 쪽이긴 하다. 상당히 답답해져서 영역 확장을 시도하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그래서 그 방향으로는 혼자 연구하시거나 같이 연구하는 사람의 범위가 제한적인 면도 있는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로 겪고 있기도 하고.. 그래도 species sclae 같이 다른 사람이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 것의 중요성을 먼저 인식하고 심화하는 연구를 계속 진행시키는 면이 본받을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좀 뇌피셜이긴 하지만 Steven Weinberg 선생이 말년에 cosmological perturbation에 집중한 것도 비슷한 동기가 섞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얼핏 들기도 한다. 양자중력이 중요한 문제이고 초끈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와 호감은 있는 상황이지만 그쪽으로 아주 깊이 들어가기는 부담스러울 때,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가지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이 있을까.. 특히 입자물리라는 성공 사례의 교훈을 적용할 수 있고, 그게 역으로 내가 익숙하지 않은 것을 처음부터 전공한 사람들이 잡아내지 못한 것, 즉 내 브랜드로 삼을만한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분야라면...? 박사 딸 무렵 naturalness 문제를 Higgs와 inflaton이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보았을 때 내가 생각했던 답은 우주론이었다. 나보다야 훨씬 많은 것을 알고 하실 수 있긴 하셨겠지만 Weinberg 선생도 비슷한 판단을 하셨을 가능성도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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