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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uantum chaos
    카테고리 없음 2024. 9. 22. 10:42

     고전역학에서 chaos를 이야기할 때 특징적인 현상으로 이야기되는 것이 나비효과이다. 말하자면, 초기 조건이 아주 약간 변하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수식적으로 표현하면, \delta x(t)/\delta x(0) = exp [ \lambda t] 정도로 표현될 것이다. 이때 변화가 시간에 따라 극적으로 변하는 정도를 결정하는 \lambda를 Lyapunov exponent라고 한다.

     그러면 양자역학에서 chaos를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여러 방법이 이야기되어 왔지만, 양자중력의 관점에서 많이 다루어진 것은 information scrambling이다. 아주 국소적으로 (local) 일어난 변화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호작용에 의해 멀리 퍼져나가는, 혹은 국소적인 정보(information)가 계 전체로 퍼져가면서 뒤섞이는 (scrambled)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두 operator A, B가 초기에 (t=0) space-like 하게 떨어진 두 지점에 각각 작용한다면, [A, B]=0일 것이다. 혹은 spin들로 이루어진 격자를 생각해 봐도, 어느 특정한 spin (즉 qubit)에만 작용하는 operator는 이와 아주 멀리 떨어진 spin에만 작용하는 operator와 서로 commute 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Hamiltonian에 의해 정보는 더 이상 국소적이지 않게 된다. 당장 kinetic term만 해도, 한 지점과 바로 옆 지점 사이의 상호작용을 의미하고 있다. (momentum이 translation이라는 점을 생각해도 되고, 연성진동에서 한 진동자와 바로 옆 진동자 사이의 진폭 차이가 연속체 극한에서 kinetic term으로 간다는 점을 떠올려도 된다.) Spin 격자의 경우라면 한 점의 spin과 다른 점의 spin 사이에 gate가 적용되는 양자 회로를 통해 한 지점의 정보 (spin이 어떤 식으로 중첩되어 있다거나)는 다른 지점의 spin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opertor A가 시간 t가 지난 다음 A(t)가 된다면 (Heisenberg picture) t=0에서 [A(0), B]=0이라도 해도 [A(t), B]는 0이 아닌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A(t)=exp [i H t] A exp [-i H t]= A + i t [H, A] - (1/2) t^2 [H, [H, A]]+... 이런 식으로 될 텐데, t에 대한 높은 차수로 갈수록 commutator들이 계속 쌓이게 된다. Hamiltonian이 두 지점 사이의 상호작용을 준다고 생각하면 commutator가 쌓이는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여러 지점 사이의 상호작용이 가능해지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이게 보여주는 것은 국소적으로 생긴 약간의 변화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라앉고 변화가 생기기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결국 전체 system의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Black hole을 예로 들어보면 black hole 안에 책을 떨어뜨렸을 때 (이게 지금은 상당히 식상한 비유가 되어 버린 것 같다) 책의 내용은 black hole 전체로 퍼지게 되고 결국 black hole에서 나오는 Hawking 복사를 통해 밖으로 다시 나올 수 있게 된다. 물론 그걸 잘 모아서 책의 내용을 복원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는 하다. 

     두 operator들이 commute하지 않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quantum chaos 현상을 이야기하는 것은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위치 x와 운동량 p를 생각할 수 있다. 시간 t에서의 위치 x(t)와 시간 0에서의 운동량 p(0) 사이의 commutator는 [x(t), p(0)]=i \hbar d x(t)/ d x(0)이고, 이건 다른 게 아니라 초기 위치가 조금 변할 때 나중 위치가 얼마나 달라질지를 묻는, 고전역학에서의 chaos와 같은 것이다. t=0에서 [x(0), p(0)]=i \hbar이지만, [x(t), p(0)]는 i \hbar 보다 훨씬 클 수 있고, 이걸 exp [ \lambda t]로 나타낼 수 있다면  \lambda는 정확히 Lyapunov exponent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찰에서 유래해서, quantum chaos를 정량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A(t), B(0)]^\dagger [A(t), B(0)]>이다. 여기서 기댓값 <>은 가장 일반적인 양자역학적 기댓값, 즉 density matrix를 이용한 평균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 양이 점점 늘어나는 정도가 내가 관찰하는 계가 점점 chaotic해 지는 것을 이야기해 주게 된다. 이걸 좀 더 풀어쓰면 <B(0)^\dagger (A(t)^\dagger A(t)) B(0)>+<A(t)^\dagger B(0)^\dagger B(0) A(t)>-2 Re <A(t)^\dagger B(0)^\dagger A(t)  B(0)>  이렇게 되는데, 앞의 두 항은 시간 순서에 따라 나름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다. 첫 번째 항을 예로 들어보면, t=0에서 정의된 B(0)가 상태에 작용한 다음 시간 t에 (A(t)^\dagger A(t)) 가 작용하고, 다시 t=0으로 돌아와서 B(0)가 작용한 것이다. 반면, 마지막 항은, t=0와 t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연산자가 작용하기 때문에 시간 순서에 대한 정렬이 덜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마지막 항을 Out-of-Time-Ordered Correlator (OTOC)라고 부른다. 이렇게 이름까지 붙이면서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전체 결과에서 유일하게 minus 부호가 붙은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이야기하면, 이 양이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전체 결과는 늘어나게 되고, 그만큼 양자역학적 계는 chaotic 해진다는 것. 아주 쉬운 예로 A(0)와 B(0)가 unitary operator라거나, 아니면 spin 격자의 경우라면 Pauli 행렬인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앞의 두 항은 아주 간단하게 각각 1이 되지만 뒤의 항은 Hamiltonian의 형태에 따라 일반적으로는 1이 아니다. 그러면 이 항이 점점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전체 결과가 커지는 것이 보다 확실하게 보인다. 그래서 OTOC가 시간에 따라 얼마나 줄어드는지가 양자역학적으로 얼마나 chaotic 하게 되는지를 이야기해 준다고 할 수 있고, 그 결과 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Feynman 물리학 강의 3권에서 Schrodinger 방정식을 도입하는 과정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Feynman 선생 본인은 Schrodinger 방정식을 '유도'한 것은 아니라고 부연하시긴 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개인적으로는 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이야기였다. 사실 이걸 학부 때 보았을 적에는 그런가보다 하고 별 느낌이 없었는데, 교수가 되어서 다른 사람을 가르치게 되면서 일단 다르게 보였고, 양자정보의 관점으로 중력을 보는 이야기를 접하면서 또 다르게 보였던 것 같다. 일단 설명에서는 Schrodinger 방정식 역시 '파동' 방정식이라서, 고전역학에서 파동을 이야기할 때 연성진동의 연속체 극한으로 보는 것을 확장하면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처음 볼 때는 별 느낌이 없었던 것 같다. 그냥 고전역학책에서 설명한 방식을 가져다 쓴 것이라서..) Translational invariance가 있는 양자계는 여러 진동자들이 아주 길게 연성진동하고 있는 것과 본질적으로 같은 수학을 가지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이긴 하다. 

     아무튼, 개인적으로 국소적으로 모여 있는 energy가 어떻게 다른곳으로 퍼질 수 있는지를 파동으로 이야기할 때 연성진동은 상당히 좋은 혹은 직관적인 설명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괜히 고전역학에서 파동 이야기할 때 연성진동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닌 듯. 보통 연성진동의 진동자는 매질이겠지만, 전자기파라면 전기장/자기장일 것이다. 전기장/자기장이 여느 매질과 마찬가지로 연성진동의 진동자 역할, 좀 더 구체적으로, energy를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은 꽤 재미있는 이야기로 느껴졌다. 왜 전자기파가 에테르 같은 매질을 따로 필요로 하지 않는지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이야기하면, 정보의 전달 속력이 유한할 경우 상호작용 하는 두 입자는 한쪽이 가속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려서, 찰나이긴 하지만 한동안은 관성 운동하는 것으로 인식하다 보니 입자의 위치를 오인하게 된다. 그 결과 그 시간 동안은 작용/반작용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느껴진다. 힘이 작용하는 방향과 거리를 상호작용 하는 두 입자는 다르게 인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용/반작용 법칙은 운동량 보존 법칙이다. 운동량 보존 법칙을 유지하려면, 입자만 에너지/운동량을 나른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전기장/자기장 역시 에너지/운동량을 나른다고 하면 정보가 전달되는 도중에도 에너지/운동량 보존법칙을 이야기할 수 있는데, 실제로 Maxwell 방정식을 이용하면 전자기장의 energy밀도 및 Poynting vector가 에너지/운동량 보존을 위해 같이 고려해야 할 대상임을 보일 수 있다. 원래 이 이야기는 J. J. Thomson 선생이 '왜 전하가 가속하면 전자기파를 방출하는지?'에 대한 직관적인 설명으로 생각해 낸 것이지만, 현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또 다른 재미있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양자역학에서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을 생각해 보면, 전자기장이라는 것도 결국 광자들의 coherent 한 집단 운동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입자가 에너지/운동량을 나른다는 관점으로 수렴할 수 있다. 특히 파동에서 입자와 유사한 (즉 에너지/운동량이 한곳에 집중되어 이동하는 형태) soliton을 생각할 수 있는데, 전자기파는 이게 그냥 실제 입자인 광자이다. 여러 전자기파의 중첩으로 에너지/운동량이 한곳에 집중되게 만든 것이다. 그래서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을 드브로이가 했던 것처럼 광자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물질로 확장한다면 우리가 입자라고 인식했던 것은 실은 어떤 장(장에 의한 에너지/운동량의 전달이 결국 파동이니까..) 이 만들어내는 soliton이라고 볼 수 있고, 그렇게 보니까 양자장론이라는 것이 결국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을 체계적으로 구현하는 방식이라는 이야기가 좀 더 와닿게 되었던 것 같다. 특히 전자기장이 특수상대론적인 성질을 이미 가지고 있다는 점과 연결 지으면, 특수상대론적으로 양자역학을 보는 것이 결국 양자장론이라는 사실이 좀 더 설득력 있게 들리는 면도 있었고. 그래서 2년 전에 고등과학원 여름 캠프에서 양자장론을 (4시간 연강 + 다음날 2시간 해서 6시간 연속으로) 강의한 적이 있었는데, 첫 시간을 이 이야기하는 것으로 채웠었고, 지금도 양자장론을 처음 들어가는 사람을 어느 정도 납득시킬 수 있는 설명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강의는 내가 '지금 아니면 언제 양자장론 이야기를 하나'라는 사심(...) 덕분에 상당히 혼란스러운 강의가 되었지만.. 아무튼 그때 양자장론으로 랩(...)을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_-ㅋ.

     양자정보에 관심이 생긴 지금 입장에서 보면, 중력장이 있는 시공간을 불연속적인 격자로 모형화하고, 한 격자와 다른 격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양자회로의 gate로 파악하는 관점, 다시 말해서 중력장이 있는 시공간을 거대한 양자회로로 보는 관점이 상당히 유용하다. 어떻게 보면 장을 격자에서의 연성진동을 통한 (즉 소규모의 상호작용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에너지 전달 방식으로 보는 관점이 아주 강력하게 유용하다는 것을 이야기해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고전역학의 파동에서 양자장론 심지어 중력에 이르기까지 같은 것을 떠올리되 상황만 다르게 해서 계속 다른 면을 찾아내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물리학을 연구할 수 있는 수준까지 계속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예제들은 상당히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 보면 수십 년 전부터 교과서에 상투적으로 나오는 예제라서 재미없다고 느끼기 쉽고, 혹은 처음 배우는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파동을 가지고 뭔가 계산을 하고 결과를 얻는 것에 보다 끌리기 쉬운 면도 있어서 '이걸 처음 생각하는 사람의 입장으로 돌아가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소홀해지기 쉬운데, 앞으로 배울 중요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처음 물리에 흥미를 가지게 만든 공상과학 같은 이야기들에도 반영되어 있는 요소라는 점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다시 말하면 고등학교 때부터 익숙해서 식상할 예제들이 논문자격시험 보고 잊어버려도 될 기술적인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연구되고 있는 것을 접근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계속 생각할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라는 것을 아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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