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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들카테고리 없음 2024. 9. 18. 19:18
음력 8월이지만 날씨는 양력 8월 같았던 추석 연휴도 끝났다. 올해는 더운 날씨가 너무 길게 이어지는 듯.
2022년에 European physical journal C에서 양자정보와 양자중력의 관계에 대한 review 들로 구성된 특집을 낸 적이 있었다. 세부적인 것이야 연구 거리가 생기면 계산하면서 이해하게 되겠지만 그전에 연구거리가 생기려면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어서 하나씩 보고 있다. 9월 초부터 보고 있었던 것은 양자회로(quantum circuit)에서 complexity의 개념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S. Chapman, G. Policastro,
Quantum computational complexity from quantum information to black holes and back
Eur.Phys.J.C 82 (2022) 2, 128 (2110.14672 [hep-th])
https://inspirehep.net/literature/1954958
Complexity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특히 기하학적인 언어로 어떻게 이야기될 수 있는지, 양자장론에서 complexity가 어떤 성질을 가지는지, 그리고 양자중력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직 물리적으로 의미 있는 complexity의 정의가 어떤 것인지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우주론 특히 가속팽창하는 (=de Sitter에 가까운) 우주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에 일차적으로 관심이 있기는 하지만, 계속 연결된 다른 review들을 보다 보면 또 다른 관심사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다만 당장 구체적인 연구 거리가 생각나는지와는 별개로, 중력을 보는 하나의 중요한 관점을 이해한다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머릿속에서 다른 것을 상상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익숙하던 것이 완전히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그렇기도 하지만 관심은 있는데 막상 논문을 읽어보면 뭔가 당연하게 하는 것처럼 쓰여 있어서 왜 하는지 뭐가 중요한지가 상당히 신경 쓰인단 말이지... 그게 잘 안들어오면 '그렇다고 치자..' 하고 넘어가는 부분이 엄청 쌓이게 되는데 어떨 때는 시간만 많이 들이고 정작 얻은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소화가 잘 안되는 다른 사람의 일은 결국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자연에 숨겨진 근본적인 원리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이론물리를 선택한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시작해서 많은 것에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많은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단 나에게 익숙한 것에서 중요하면서 아직 사람들이 찾아내지 못한 것이 나올 수 있을까? 를 생각해 보면 다소 회의적이 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양자장론 책에서 흔히 보게 되는, '표준 모형을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양자장론' 안에서 새로운 '원리'를 끄집어낼 수 있을까?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이것에 대한 꽤 괜찮은 강의록을 보았다.
F. Quevedo, A. Schachner
Cambridge Lectures on The Standard Model
2409.09211 [hep-th]
https://inspirehep.net/literature/2828855
언젠가 책으로 나올 것 같은 느낌...)
물론 새로운 입자나 상호작용을 발견하는 것에는 매우 적합할 것이다만.. 예를 들어 양자 중력에 관심이 있다면 계속 머물기만 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면 양자정보 쪽으로 관점을 확장할 때 새롭게 보이는 것이 있을까? 우주론 쪽으로 연구 방향을 바꾼 뒤로 궁금해지게 된 것이 이 점인 것 같다. 여하간 지금까지 나에게 익숙한 것 안에서 뭔가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을 얻을 수 있을지가 불투명해 보이다 보니 내가 아직 모르는 새로운 것을 계속 찾게 되는 것 같다. 그렇긴 한데.. 아직은 나는 잘 모르지만 잘 아는 사람이 많은 것들이 많다. 그런 것들이야 관심을 두고 시간을 들여서 공부하면 따라갈 수 있겠지만, 끝에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누가 언제 캐낼지 모르는 것들이 있고, 이것들은 단순히 공부를 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에게 그런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