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20240724 논문
    카테고리 없음 2024. 7. 24. 16:55

    M-. S. Seo,

     Axion species scale and axion weak gravity conjecture-like bound

     2407.16156 [hep-th]
    https://inspirehep.net/literature/2810402
     

     논문을 쓰다 보면 자주 겪는 일 중 하나가, 어떤 주제를 가지고 계속 생각하다가 잘 안되어서 다른 주제를 건드리는데, 그렇게 새 주제를 가지고 논문을 쓰다 보면 포기했던 주제가 개입해서 마무리되는 현상(?)이다. 아마 한참 생각하던 잔상이 남아서 그럴 수도 있고, 주제를 바꾼다고 하더라도 아주 관계없는 것으로 가지는 않기도 하니 아주 이상한 일은 아니기는 하다. 여하간 이번 논문도 비슷한 경우라서, 예전에 쓰다가 엎어진 논문 이야기가 조금 들어가기도 했고, 5월부터 한 달 정도 생각했던 것들이 조각으로 반영되기도 했다.

     논문을 쓰면서 던진 가장 기본적인 질문은 distance conjecture를 가지고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는가? 이다. 왜 하필 distance conjecture냐... 면, 워낙 여기저기 막 등장해서... 가 일단 기본적인 이유이다. 물론 '적어도 내 경험 안에서는'이라는 전제가 포함되겠지만. 좀 더 논리적인 이유를 덧붙이면 이렇다. 우선 양자중력이 가지고 있는 한계인 예측/반증 가능성부터 생각해 보면..  Wilsonian picture관점에서는 초끈 이론이나 양자 중력이 지나치게 미시적인 영역에 있어서 실험으로 보려면 내 인생만큼 기다려도 모자란 것 같고, landscape에 따르면 초끈 이론으로 만들 수 있는 우주가 도가 지나칠 정도로 많으니 초끈 이론이 우리가 실험으로 검증할 수 있는 낮은 energy 영역에서의 물리에 대해서는 아무 예측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아요라는 대답을 하려는 시도가 swampland program이라는 이름으로 20여 년 정도 진행되어 왔다. Black hole 같은 것의 열역학을 들여다보니 양자중력은 UV와 IR 영역이 오히려 연결되어 있는 것 같고, 초끈 이론으로 구현할 수 있는 우주가 엄청나게 많다고 해도, '낮은 energy 영역 입장에서는 문제없어 보이지만 초끈 이론 (혹은 좀 더 야심 차게 양자중력) 으로는 절대 구현하지 못하는 이론'이 존재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가 아직도 양자중력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이론들이 갖추어야 할 조건들은 가설들의 형태로 존재한다. 

      여기서 초끈 이론 하는 분들이 생각해 낸 많은 가설들 (landscape에 못들어가는 것들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swamnpland (늪지대 -_-) conjecture라고 부른다)은 두 가지를 보통 염두에 둔다. 하나는 naturalness를 될 수 있으면 중요한 원칙으로 두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그 경우 보통 낮은 energy에서는 그다지 natural 해 보이지 않더라도 양자중력까지 개입시키면 natrual 해질 수도 있다고들 이야기한다. 또 한 가지는, 양자중력의 어떤 성질을 발견하든, 결국 초끈이론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를 끌고 가고 싶어 한다. 그러다 보니 전통적으로 중력을 다룰 때 동원되는 기하학적인 분석 못지않게 입자물리 향기가 나는, 조금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초끈 이론이기 때문에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곤 한다. 개인적으로는 distance conjecture가 그런 관점을 꽤 잘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사람들이 완벽한 UV 이론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물리량들의 근원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이다. 즉, 표준모형처럼 손으로 그냥 실험값에 맞춰 적어줘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예를 들어 scalar field들 (moduli라고 부른다)들이 안정화되면서 dynamical 하게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 그렇게 보면 moduli들이 존재할 수 있는 범위의 가장자리로 가게 될수록 내가 물리를 기술하기 위해 쓰고 있는 유효이론 (effective field theory)에 문제가 발생해야 한다. 그러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까? moduli 값을 결정하는 요소들, 즉 moduli potential을 만드는 요소들이라면 (혹은 같은 이야기로, 4차원 유효이론의 성질을 결정하는 요소들이라면) 초끈 이론에서 예측하는 여분 6차원이나, 초끈 coupling의 크기 같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데, 이것들은 Kaluza-Klein (KK) mode들이라거나 string excitation들 같은 'tower of states'과 관련이 있더라는 것이다. 만약 KK mode들이나 초끈 질량 (초끈 길이의 역수)이 아주 가벼워진다면 '4차원' '입자'를 기술하는 유효이론은 무너질 것인데, moduli가 끝나는 곳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이 distance conjecture의 예측이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 distance conjecture는 양자 중력 중 상당히 '초끈스러운'면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특히 초끈 excitation들을 생각하면 이들이 만드는 tower를 생각할 수밖에 없으니까..

     Tower들이 가벼워지면서 유효이론이 무너지는 것은 이런 식으로도 이야기할 수 있다. 4차원 입자이론을 이야기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중력이 매우 약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실제로 swampland conjecture와 관련된 논문에서 '양자장론'이라고 하면 '중력 효과가 무시되는'이 전제되는 경우가 많다. 언뜻 생각하면 중력도 중력장이니까 그걸 양자화하는 것도 양자장론이 아니냐..고 물을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50-60년대만 해도 중력은 기하학적인 효과인데 굳이 양자화의 대상이어야 하는지?라는 생각이 아주 많았었고, 예를 들어 양자중력이 entropy의 효과다.. 같은 이야기들이 발전되어 우리가 생각하는 양자장론과 꽤 다른 형태로 정리될 수도 있다 보니, 확실히 양자장론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을 보면 대게 중력이 아직 개입되지 않은 것들이기는 하다.  그런데 만약 KK mode들이든 string excitation들이든, 이것들이 아주 가벼워지면 어떻게 될까? 한두 개도 아니고 탑을 만드는 입자들의 집단이 무더기로 IR 영역으로 내려오는데, 중력은 이들과 모두 상호작용을 하니, Planck scale이 아무리 아주 먼 UV 영역에 있다고 하더라도 loop correction들은 아주 클 수 있다. Loop correction은 다른 말로 하면 양자역학적인 효과이기도 하니 양자중력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와 같은 것이다. 그래서 조금만 energy가 올라가도 중력이 강해져서 '약한 중력'을 전제로 하는 유효이론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다. 이때 중력이 강해지기 시작하는 scale을 자연스러운 양자중력의 cutoff scale이라고 할 수 있고, 이것을 species scale로 부른다. 이건 2000년대 초반 G. Veneziano 선생이 지적하신 이래로 G. Dvali 선생 등에 의해 집중적으로 연구된 바 있다. 보통 species scale은 Planck scale보다 낮다. 그래서 생각보다(?) 낮은 energy에서 양자중력을 볼 수 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보면 꽤 신기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자연스러운데, KK mode들이 만드는 species scale은 다른 게 아니라 여분차원까지 합친 전체 차원에서의 Planck scale이고, 초끈 excitation들이 만드는 species scale은 그냥 초끈 질량 scale이다.  이게 swampland program에서 naturalness를 강조하는 관점과 연결되어 (swampland program을 주도하고 있는) C. Vafa 선생 같은 경우는 상당히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즉 우주상수 같은 전혀 natural 하지 않은 물리량이 현재 우주에서 관측되는 것은, 우리 우주가 초끈 이론에 의해 허용되는 (즉 landscape 범주 안에 들어가는) 영역의 가장자리에 있어서 swampland로 빠지기 직전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distance conjecture에 따라 KK mode들이나 string excitaiton들과 같은 tower들이 상당히 가볍다는 예측을 할 수 있고 그러면 생각보다 우리가 양자중력을 실험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가깝지 않겠느냐.. 는 것. 그게 진짜라면 정말 좋겠지만... 

     그런데 '질량 scale이 엄청나게 큰 곳에서 나타나는 물리라도 많은 입자 수에 의해 양자역학적인 효과는 보다 낮은 energy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은 중력만 가지고 있는 성질은 아니다. 사실, 모든 non-renormalizable interaction들이 다 그런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irrelevant operator들로 보다 높은 energy scale에 의해 suppression되어 보이지만 tower of states들이 이 상호작용을 한다면 loop 효과가 커져서 보다 낮은 energy scale에서도 non-renormalizable interaction의 효과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점이 확 다가온 게 저번 달에 나온 

    M. Reece,
    Extra-Dimensional Axion Expectations
    2406.08543 [hep-ph]
    https://inspirehep.net/literature/2797753

     을 읽으면서였다. 여기서는 non-renormalizable interaction들로 기술되는 대표적인 이론인 axion을 다루고 있다. Axion의 근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있어왔다. 당연하겠지만, 처음에는 중력이 들어가지 않은 입자물리 모형이 처음 제시되었다. 최초 모형이라고 할 수 있는 Weinberg-Wilczek-Peccei-Quinn 모형은 표준모형과 연결해서 구현하려고 했지만 실험에서 드러나지 않아 실패했고, 보다 높은 scale에서 axion이 가지는 U(1) global symmetry (혹은axion의 shift symmetry : 어느 경우든 Peccei-Quinn (PQ) 대칭성이라고 부른다) 이 spontaneously 깨지는 방식으로 Kim-Shifman-Vainshtein-Zakharov (KSVZ) 모형, 혹은 Dine-Fischler-Srednicki-Zhitnitsky (DFSZ) 모형 같은 것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초끈 이론을 하다 보면 다양한 p-form gauge field들이 존재하고, 여분의 6차원이 compactified 되어 4차원 이론이 되는 과정에서 이들은 보통 PQ 대칭성을 가지는 axion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이걸 stringy axion라고들 많이 부르고 M. Reece 선생 논문 제목에 있는 extra-dimensional axion은 이걸 가리키는 것이다. 특히 초끈의 유효이론 중 우리가 다룰 수 있는 것들은 moduli 공간의 가장자리 언저리에 있는데, 그건 초끈 이론 특유의 효과가 꽤 큰 여분 차원의 크기 혹은 작은 string coupling (이건 dilaton이라고 불리우는 입자가 어디에 안정화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에 의해 작아지기 때문이다. 초끈이론에서는 여러 가지 non-perturbative effect들에 의해 PQ 대칭성이 깨지고 그 결과 stringy axion들은 질량을 가지지만 moduli 공간의 가장자리로 갈수록 그 효과들은 작아져서 axion들은 사실 '자연스럽게' 가볍다. 그러다 보니 초끈이론에서는 가벼운 stringy axion들이 넘쳐날 수 있어서 axiverse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것들은 여기저기 쓰임새가 많아서, 원래 목적인 '왜 강한 상호작용에는 이상할 정도로 CP 대칭성이 잘 보존되어 보일까?'를 해결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암흑물질, 암흑 energy... 등등 많은 것을 설명하는데 동원되기도 했다. 초끈 이론 입장에서 이게 상당히 매력적인 것은 초끈 이론의 부산물이면서 낮은 energy에서 일어나는 현상들과 관련이 깊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볼 수만 있다면 어쩌면 초끈 이론을 이해하는 창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것. 즉 초끈 이론이 현실 세계와 연결되는 지점이 아닐까 하는 희망이 있는 것이다. 

     M. Reece 선생의 이야기를 좀 더 들여다 보면, (물론 이 점만을 강조한 건 아니지만 일단 내 눈에 필터가 생긴 상태라서 이게 좀 더 보이고 있는 것이다) axion이 gauge field들과 non-renormalizagle 한 상호작용을 하는데 (사실 이 상호작용이 CP 대칭성을 깨는 F-F dual 항이라서 강한 상호작용에서의 CP 대칭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gauge field가 gluon이 아니라 photon일 수 있고, 많은 axion 검출 실험이 photon과의 상호작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 말인 즉 여분차원이 있을 경우 axion은 gauge field들의 KK tower들과도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axion propagator의 loop correction 안에는 많은 gauge field의 KK mode들이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axion은 closed string excitation이기 때문에 string loop을 통해 axion propagator가 loop correction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말하자면 axion은 'non-renormalizable 하면서' 'tower of states들과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중력에서 species scale을 정의하는 것과 마찬가지 방법으로 axion species scale을 정의할 수 있다는 것. 물론 axion과 couple 하는 tower들은 중력과 couple 하는 tower와도 겹치지만 일부에 그칠 것이다. 사실 논문 쓰다가 여기에 함정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얼마 전에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 이 점과 관련된 것이다. 어쨌건 axion species scale을 정의하는 과정에서 중력은 고려되지 않았으므로, 즉 중력은 약하다고 가정되었으므로 이건 중력을 가지고 정의한 species scale보다 낮아야 한다. 이 조건은 axion decay constant들 axion과 couple 하는 gauge 상호작용의 미세구조상수와 Planck scale의 곱보다 작다는 이야기로 다시 쓸 수 있고, M. Reece 선생의 논문에도 이걸 지적하고 있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다름 아니라 같은 bound를 weak gravity conjecture에서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걸 적용하면 axion을 가지고 inflation을 구현하는 것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 Inflation을 구현하려고 보니 axion decay constant가 Planck scale보다 커야 해서.. -_- 사실 10여 년 전 BICEP 2에서 Planck scale을 넘어가는 scale을 암시하는듯한 관측 결과를 발표해서 파장이 인 적이 있었다. 결국 다른 관측들과 교차검증을 한 결과 foreground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1년짜리 해프닝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덕분에 axion inflation에 대한 관심이 일었고 직후에 weak gravity conjecture를 통해 axion decay constant가 Planck scale을 넘는 것이 정말 완전히 불가능한지에 대해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연구하게 되었다고 기억한다. 그때는 경험도 적고 (당시에는 아직 입자물리에 담궈져 있었으니까 더 그런 면이 있다) 연구에 대한 감이 제대로 갖추어지기 전이라서 이것저것 읽었음에도 좋은 아이디어가 안 떠오르는 바람에 군침만 흘렸다. 사실 이럴 때가 막 약 오르기는 하다.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중요성도 있어 보이고 나도 관심 있어서 공부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한 이야기 이상의 뭔가가 떠오르지 않는 상황이 뭐랄까.. 어떻게 보면 연구와 연결되도록 공부하는 능력이 부족한 결과라고 할 수도 있지만 또 연구에 익숙해진 지금에 와서도 관심 있고 공부해 봤다고 해서 무조건 뭔가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서.. 상성 내지는 운 내지는 감각의 문제이기도 하다. 실제 연구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모종의 '도화선'이 필요한데 이게 갖추어지는 것에는 많은 요소가 복합적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여하간.. 개인적으로 이게 정확히 weak gravity conjecture bound라고 부르기에는 좀 아쉬운 감이 있었다. 일단 weak gravity conjecture bound에서 미세구조상수 자리에 있는 것은 PQ 대칭성을 깨는 instanton action의 역수이다. 물론 non-Abelian gauge interaction에서는 이게 정확히 맞아떨어지지만, U(1) gauge interaction에서 같은 해석을 하는 것은 무리. 형태는 같지만 Reece 선생의 bound는 tower of states들과의 상호작용 때문에 미세구조상수가 들어왔고, 만약 loop 안에 들어가는 것이 gauge boson의 KK mode들이 아니라 string excitation이라면 미세구조상수 자리에는 string coupling이 들어가니까 좀 더 범용성 있는 결과를 다른 방식으로 얻었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서 그 bound를 weak gravity conjecture-'like' bound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리고 좀 더 Reece 선생의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찜찜한 것들도 계속 눈에 띄었다. 우선 axion과 couple하는 tower 수가 중력과 couple 하는 전체 tower 수보다 일반적으로 아주 적다는 점이 걸렸다. 별생각 없이 axion species scale이 중력으로 구한 species scale보다 작다는 조건으로 axion weak gravity conjecture bound를 구하려고 하면 이 bound는 tower 갯수 차이 때문에 1보다 한참 작은 것이 일반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게 사실 디테일에 숨어있는 악마였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만약 axion과 중력 둘 다 상호작용 하는 tower 중에 tower 안의 숫자가 무식하게 많아서 다른 tower 안의 숫자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훨씬 많으면 1에 가까운 상황도 가능하겠네? 싶었다. 왜냐면, 초끈 이론에는 이 조건에 딱 맞는 tower가 있고, 어떤 초끈 이론이든 이건 꼭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초끈 excitation tower. KK tower와는 다르게 초끈 tower는 energy가 올라갈수록 상태 수가 지수함수적으로 증가한다. (갯수 세는 방법은 훨씬 옛날에 수학사의 전설적인 콤비 중 하나인 Hardy와 Ramanujan 두 분이 알아낸 바 있다. 사실 5월 초 그러니까 초끈 한번 벼락치기 공부한 다음 초대칭이 아예 없음에도 UV divergence가 크지 않고 UV/IR mixing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었는데, 그 경험이 이 점을 좀 더 쉽게 떠오르게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쩌면, bound가 saturated 되는 것은 초끈이론이기 때문에, 즉 기하급수적으로 상태가 증가하는 tower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예전에는 이 bound가 saturated 되는 것이 오히려 문제였다. 강한 상호작용에서의 CP 대칭성을 설명하려면 10^9-10^{12} GeV 정도로 작은 것이 자연스럽지만 초끈 예제들을 보면 bound가 saturated 되는 것들 투성이었으니까.. 여기에 대해서는 stringy axion에 대한 기본 논문이라고 할 수 있는 

    P. Svrcek, E. Witten, 
    Axions In String Theory,
    JHEP 06 (2006) 051 hep-th/0605206 [hep-th]
    https://inspirehep.net/literature/717504

    에 꽤 강하게 암시되어 있다. 생각해 보니까 이 논문도 10년 전에 읽었는데 별 생각이 안났던...-_-ㅋ (생각이 안 났던 그 당시 나와 어느 곳에 써야 할지 좀 더 알게 된 지금의 나는 정말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 그래서 초끈 tower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좀 위험해 보이기는 하지만 재미있는 주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referee에게 어떻게 두들겨 맞을지는 모르지만... 다시 말해서, 왜 그렇게 bound가 saturated 되는 일이 항상 일어나는가? 에 대한 대답으로 string tower 안의 상태가 엄청 많아서..라는 답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렇더라도 여분 차원 안에 크기가 아주 다른 cycle들이 있거나 하면 작은 axion decay constant를 얻을 수 있기는 하니 문제는 아니다. 

     그렇게 하고 나니까 그냥 Reece 선생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봤어요.. 하고 내놓기에는 뭔가 허전했다. 그래서 이야기가 뻗어나간 것이 PQ 대칭성의 깨짐에 관한 것이었다. 양자 중력 효과 때문에 global 대칭성인 PQ 대칭성은 깨질 수 밖에 없는데, 그러면 언제 그 효과가 강하게 나타나느냐.. 는 것이다. 단순히 Planck scale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중력은 species scale에서 강해지니까 사실 species scale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실제로 PQ 대칭성이 양자 중력 효과에 의해 깨지는 과정을 좀 더 보려고 보게 된 것이 axion 전하를 가지는 black hole이다. 

    M. J. Bowick, S. B. Giddings, J. A. Harvey, G. T. Horowitz, A. Strominger
    Axionic Black Holes and a Bohm-Aharonov Effect for Strings
    Phys.Rev.Lett. 61 (1988) 2823
    https://inspirehep.net/literature/264650

    (저자분들 보면 왠지 드림팀 같은 느낌이...) 여기서는 black hole이 axion 전하를 그대로 가질 때 나타나는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그걸 풀 수 있는 가능성으로 80년대 초반 여러 사람의 관심을 받았던 Giddings-Strominger wormhole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것도 7년 전에 논문 쓰려다가 엎어졌던 기억이.. 생각해 보면 주제를 좀 더 저자들의 눈높이에서 봤어야 하는데 입자물리의 눈으로만 보려고 했던 것이 한계였던 것 같다..)  또 다른 가능성이 

    A. Hebecker, P. Soler,
    The Weak Gravity Conjecture and the Axionic Black Hole Paradox, 
    JHEP 09 (2017) 036 1702.06130 [hep-th]
    https://inspirehep.net/literature/1514564

    에서 이야기되었는데, PQ 전하를 가지고 있는 string과 black hole 사이의 상호작용을 가지고 black hole의 PQ 전하를 제거하자는 것이다. 마침 Reece 선생 논문에도 axion 전하를 가지는 stirng이야기가 나오고 해서 엮어볼 생각도 들었고. 생각해 보면 자연스러운 것이, 이 string이라는 것은 초끈이론의 끈이기도 하고, D-brane이 여분차원의 cycle을 감아서 끈으로 보이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어느 경우든 초끈 이론 특유의 현상이기 때문에 초끈 질량 scale을 넘어야 볼 수 있는 것이고, 초끈 scale은 초끈 tower입장에서는 species scale이니까, PQ 대칭성 깨짐을 이야기할 때 Planck scale이 아닌 species scale을 생각할 당위성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보면, gauge 상호작용의 미세구조 상수는 유효이론에 있는 상태 수의 역수보다 커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자연스럽게 0으로 가지 못하고 (즉 global 대칭성과 gauge invariance 사이의 확실한 경계가 있는 것이다) 자유도 갯수에 의해 크기가 제약된다는 것이 weak gravity conjecture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다. 그리고 이 점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낮은 energy scale에서 보이는 '아주 작은 물리량'이 그렇게 작은 것은 이론에 등장하는 상태 종류 수가 많기 때문이다'라는 이야기가 여기저기 나오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우주상수이다. 양자역학적 보정이라는 면에서 보면 왜 이게 작아야 하는지가 상당히 난해한 문제인데, 우주상수가 있는 경우 우주의 entropy는 우주상수의 역수에 비례한다는 점에서 보면, 그러니까 열역학적 관점에서 보면, 우주상수가 작은 것은 그만큼 우리 우주에 있는 입자의 종류 수가 많기 때문이다.. 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 Swampland program 이야기를 할 때 양자중력을 개입시키면 그렇지 않을 때 natural 해 보이지 않는 것도 natrual 할 수도 있다는 생각들을 하는데, (그래서 종종 논문이나 review를 보면 양자중력에 의해 natrualness의 기준이 바뀔 수 있다.. 는 소리를 하는 것이다) 이것과도 관련되어 있다. 특히 상태 갯수는 entropy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중력의 열역학적인 성질을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정확히 그 점 때문에 species scale과 tower of states에 관련된 논의를 중력의 열역학을 해석하려는 시도들이 작년부터 있어 왔다. Species entropy 개념이 그것으로, 작년 string pheno 학회에 갔을 때 관심 있게 봤었던 터라 5월과 6월에 걸쳐 집중적으로 이해해 봤는데, 그 당시에는 특별한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이제 뭔가 이야기할 기회가 온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번 논문은 떡밥 회수 종합편이 아닐까..-_-) 그 당시 구상은, 사람들이 species scale의 열역학을 가지고 UV 이야기를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특히 내가 처음부터 관심 있었던 de Sitter 공간과의 연계를 생각해 본다면) 우주상수의 존재를 감안한, 즉 IR physics가 개입된 유한한 entropy에 대해 뭔가 이야기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특히 UV/IR mixing이 중력을 열역학적으로 이야기할 때 UV와 IR scale이 동시에 등장하는 것으로는 이야기된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 것이고... 논문을 쓰면서 미세구조상수가 상태 갯수에 의해 제한되는 것을 보고 species entropy를 적용한 다음 여기에 원래 구상인 우주상수를 엮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저번 주말 즈음에 퍼뜩 구체적인 생각이 났다. 그래서 논문 마지막 부분은 상당히 늦게 추가된 것이다. 이것도 사실 논문 경험과 연결되는데, gauge coupling과 우주상수의 연결에 대해서 Festina-Lente bound라는 것이 제안되었고, 2011년에 관련된 논문을 쓴 적이 있었다. 그래서 둘을 같이 조합하면 어떻게 될까.. 를 본 것. 결과는 싱겁다면 싱겁지만, U(1) 전하를 가지는 입자의 질량이 Hubble parameter보다 커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게 생각보다 싱겁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다. 일단 왜 하필 U(1)이냐면, Festina-Lente bound가 de Sitter 공간에서의 black hole 붕괴를 분석하다가 나왔는데, black hole과 관련된 gauge 상호작용 중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U(1)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이야기를 non-Abelian으로 확장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 내가 논문에서 한 것도 weak gravity conjecture bound에 등장하는 상호작용을 non-Abelian에 그치지 않고 Abelian이나 string 상호작용으로 확장한 것이었는데, 그런 식의 확장이 불가능할 이유도 없을 테니까.. 여기와 관련해서 떡밥이 하나 있다. 중성미자의 질량이 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대략 현재 우주 상수 정도로 나오는 것 같은데, 우주상수를 양자중력과 연결하려는 시도와 맞물려 이걸 swampland conjecture를 동원해서 설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관련된 논문 중 하나는 실제로 제조 과정을 옆에서 보기도 했고.. 그래서 지금 얻은 bound가 조금 신경 쓰이는 감이 있다. 


    이렇게 해서 swampland program과 관련되어 내가 생각해 왔던 것들의 떡밥 회수가 되어 버린 논문 하나가 일단 나왔다. 그러고 보니 온갖 swampland conjecture들이 나오는데, 크게 보면 이것들이 distance conjecture 아래에서 연결된다는 느낌이기도 하다. 하는 김에 string theory model에서 axion 다루는 것을 제대로 정리도 해서 나름 괜찮은 경험인 건 맞긴 하지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어쨌건 미국 가기 전에 어떻게 마무리 되어서 다행인 것 같다. 나하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지도 않을 것 같은데 괜히 질질 끌고 있기도 그렇고, 큰 기대는 없지만 관련해서 미국에서 이야기할 일이 있으면 더 좋기도 하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논문 쓰고 있으면 계속 그쪽에 신경이 가서 일상생활이 좀 미끄럽지 못한데 괜히 머나먼 타지에서 실수라도 하면 난감하지 않겠나.. 하는 것이다. 당장 오늘 잘 잘 수 있을 것 같고.ㅋ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