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7
초끈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기본적인 구조 이야기는 마무리되어 가는 것 같고 본격적으로 compactification 쪽으로 넘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계속 궁금해지는 것이... 왜 지금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들이 예전에 보았을 적에는 그렇게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일까?라는 것이다. 지금 이해되면 되었지 왜 새삼스럽게 묻나 싶기도 한데, 나름 이유가 있다. 일단 교수 역할 중에 가르치는 것도 있기 때문인 면이 있다. 어떻게 설명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어떤 지식을 처음 접했을 때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해하게' 되는가?라는 것에 특히 관심이 간다. 물론 그전에 더 궁금한 것은 '이해한다'는 것이 정말 무엇 인지겠지만... 계속 책에 적혀 있는 것을 접하고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니 자연스럽게 따라 하는 것일 수도 있겠고, 조작적 정의라고 해야 하나... 문제를 풀 수 있는, 혹은 논문을 쓸 수 있는 단계라면 알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어쩌면 일상적으로 쓸 정도로 자주 접하다 보니 훈련 내지는 세뇌당한 것일 수도 있다.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똑같이 '이해했다'라고 해도 이해한 정도 역시 천차만별이다.
개인적인 느낌을 이야기해 보면, 이해한 정도라는 것이 연속적이거나 점진적인 것이 아니라 어떤 문턱 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다. 문턱을 넘기 전에는 아무리 보고 듣는다고 해도 와닿지 않는 것 같다. 따라 할 수는 있지만 왜 그런지 잘 모르겠고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의 연결이 되지 않아서 실제로는 같은 소리를 하는데도 그걸 눈치채지 못한다. 이런 상태에서는 그걸 가지고 무언가 하는 것은 무리이고 시간이 지나면 그대로 잊어버리고 만다. 설명을 본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닌 느낌이기도 하다. 뭔가 겉돈다고 해야 할지, 헛바퀴가 돌고 앞으로 가지 않는 차를 타고 있다고 해야할지.. 혹은 옆에 보석이 있지만 그게 보석인지 모르는 상태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문턱을 넘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좀 야속한 면도 있는 게, 계속 접하고 노력한다고 해도 한참 넘지 못할 때가 있는가 하면, 역으로 한참 보지 않았는데 그래서 정말 잊고 살았는데 다시 보니 그 당시 몰랐던 것이 이해가 안 갈 정도로 자연스럽게 다가오고 나름 설명을 할 수 있게 될 때도 있다. 그즈음되면 책 혹은 논문 내용과 같이 보조를 맞춰 걸어가는 느낌도 들고 문제를 풀 때도 훨씬 매끄러워진다. 논문 거리가 떠오르기도 하고, 결국 책/논문 내용이 마음에 안 들게 된다. 나 같으면 이런 식으로 설명하는 것이 좋을 텐데.. 라거나 이걸 같이 이야기하면 더 간단하면서 본질에 가깝게 설명할 수 있는데 왜 이걸 안 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수업할 때 보면 반 이상의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시간 동안에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기도 하지만, 사실 나도 현재진행형으로 겪는 일이라서 뭐랄까.. 작은 동질감이 드는 면도 있다. 계속 삽질에 가까운 시도를 해 보면서 문턱을 넘기를 기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인지라. 그러다 어느 순간이 되면 이상할 정도로 잘 받아들여지게 된다. 처음 고등학생 때 물리 공부 처음 제대로 했을 때도 그랬는데, 지금 초끈 책을 보니 그 당시 느낌이 나는 것 같다. 아주 작은 문턱 하나를 넘은 느낌이 든달까.. 물론 앞에 더 큰 문턱이 있기도 하지만 -_- 여기서부터는 경험의 문제다. 계속 주제를 접하면서 깎고 다듬는 일을 하면 또 지금 당장 눈치채지 못한 것들이 하나씩 들어오고 이미 알게 된 것과 어우러져 깊이가 생기는 것 같다. 그렇게 된 상태에서 다시 보면 문턱을 넘었을 당시에도 사실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가 특별히 머리가 좋지 못하다 보니 할 수 있는 것은 계속 시간을 떄려박는 것이긴 한데.. 요새는 이걸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해서 조금이라도 시간이 지나기 전에 많은 것을 작은 문턱이나마 하나라도 더 넘었으면 싶어 조급해진다.
문턱을 조금 더 일찍 넘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안하는 것보다 확실히 나은 것이 한 가지 있는데, 할 수 있는 생각과 계산은 모두 해 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틀려도 좋고 완벽한 답을 한 번에 내지 못해도 좋지만 내가 어디까지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는지를 분명히 해 놓고 나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일단 구분이 되는 것 같다. 그럴 때 서투르더라도 어떻게든 결과까지 닿는 일을 몇 번 반복하면 당장은 몰라도 다음에 다시 볼 때 좀 더 나아질 (혹은 더 욕심부려서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더 생기는 것은 맞는 것 같다. 결국 삽질이 답일지도....-_-ㅋ 그리고 한 가지 좀 더 자신에게 솔직해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대학까지 공부하면 나름 논리 구조가 생기는데 대체적으로는 자신의 현재 상황을 변호하고 쉬운 길을 정당화하는 곳에 쓰기 마련이지만, 그걸 자신에게 조금만 더 엄격하게 적용할 때가 있기도 해서. 예를 들어 내가 이 계산을 할 수 있으니 이해한 것이다.. 라거나 논문 쓰면 이해한 거지...라고 생각해 버리면 많은 경우 그 지점에서 멈추게 되는 것 같다. 그걸 처음 생각해 낸 사람은 어떻게 했는지, 그리고 내가 정말 이걸 발견한다면 어떤 논리로 떠올릴 수 있는 것인지 까지 생각하면 이해한다.. 는 것이 진짜 만만한 게 아닌 것을 알게 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