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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terotic string

dnrnf1 2024. 3. 28. 20:04

 요새 책이나 논문을 볼 때 내가 지금 보고 있는 내용이 처음 만들어졌던 시점으로 되돌아간다면 나도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어떤 경로로 얻을 수 있을까? 를 신경 쓰게 되는 것 같다. 지금 물리학자라는 역할을 하면서 하는 일이 '연구'다 보니, 좀 더 근사한 것을 생각해 내고 싶고, 그 방법을 이미 존재하는 중요한 발견들이 어떤 가정과 논리 전개의 결과인지를 따지는 것에서 배우려고 하는 것이다. 확실히 '식을 따라가는 것'과 '식에서 최대한으로 정보를 읽어내는 것' 혹은 '이 식이 나올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찾는 것'은 차원이 다른 작업이긴 하다. 예를 들어 책 안보고 비슷한 식이라도 적어낼 수 있는지 라는 문제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초끈 이론에서 heterotic string을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를 생각해 보니까 조금 재미있다. Closed string에서 left mover와 right mover가 각각 26차원 bosonic string과 10차원 superstring이라는 완전 다른 체계를 가지고 있어서, 이걸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지가 꽤 궁금해진 것이다. '차원'의 존재를 실제 존재하는 물리적인 공간의 갯수가 아니라 worldsheet reparametrization invariance가 anomaly 없이 존재하기 위한 자유도의 갯수로 파악하는 것이 한 가지 실마리일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초끈으로 가기 전, Kaluza-Klein이 했던 일반적인 toroidal compactification에서 출발할 수도 있다. 이 경우 metric 중 compact dimension과 non-compact dimension의 index를 둘 다 가지는 성분은 graviphoton, 즉 U(1) gauge field가 된다. 이때 compactificaiton 이전에 존재하던 general coordinate transformation에 대한 invariance는 compact dimension에 대한 gauge invariance로 변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compact dimension 방향으로의 shift가 gauge 변환이 되는 것이고, 그 결과 이 변환의 generator에 해당하는 compact dimension 방향의 운동량 값은 U(1)의 전하값에 해당한다. zero mode가 아닌  Kaluza-Klein mode들은 모두 이 U(1)에 대하여 전하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점입자 이론이라면 이 Kaluza-Klein mode들은 non-compact dimension 입장에서 모두 질량을 가지기 때문에, 그다지 특별히 할 이야기는 없어 보인다. 그리고 좀 더 많은 차원으로 compactification 한다고 해도, 예를 들어 다차원 torus에 compactification 한다고 해도 이 때 나오는 여러 개의 graviphoton들은 Kaluza-Klein 입장에서는 zero mode 즉  전하를 가지지 않아서, 각각 따로 노는 U(1) 들이 될 수 밖에 없으니 non-Abeian gauge theory와는 더더욱 거리가 있다.  

 그런데 끈이론으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Kaluza-Klein mode만 있는 것이 아니라, 끈이 compact dimension을 몇번이나 감았는지에 관한, winding mode들도 존재한다. 거기다가, 질량과 관련된 Virasoro generator L_0은 bosonic string의 경우 normal ordering을 하는 과정에서 보정을 받고, 이게 질량 안에 음수가 더해지는 효과를 준다. 그러면 compact dimension의 운동량이 0이 아니지만 (그래서 graviphoton에 대한 전하를 가지지만) 질량이 없는 입자가 생길 수 있다. 만약 이 입자가 gauge boson이라면? 질량이 0이면서 graviphoton에 대해 전하를 가지는 gauge boson이 있다는 소리인데, 이건 다른 게 아니라 gauge group이 non-Abelian으로 확장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graviphoton은 Cartan subalgebra, 즉 non-Abelian guage boson 중 서로 commute 한 것들의 집합에 해당하고, 나머지 compact dimension의 운동량이 0이 아닌 gauge boson들은 나머지 gauge boson을 만들기 때문에, 짝을 지어서 root vector를 형성하게 된다. 즉 Cartan subalgebra의 raising/lowering operator 역할을 한다는 것.

 물론 이런 gauge group의 확장이 아무때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한 차원을 원으로 compactification 시킬 때 나타나는 T-duality이다. T-duality는 상당히 많은 의미를 가진다. 일단 원의 반지름이 R인 끈이론과 (초끈 길이)^2/R인 끈이론은 같은 spectrum을 가지고 사실은 동등한 이론이다. 그리고 이건 Kaluza-Klein mode와 winding mode를 서로 바꾸는 변환인데, 여기에 맞추다 보면 left mover와 right mover사이의 상대적인 부호가 반대가 된다. 그러면 Neumann boundary condition과 Dirichlet boundary condition을 바꾸는 것과 같은 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Type IIA와 Type IIB string 사이의 변환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원의 반지름이 초끈 길이로 주어져서 T-duality 전후의 원 크기가 같은 특수한 경우에는 방금 이야기했던 효과, 즉 compact dimension의 운동량이 0이 아니면서 질량이 0인 gauge boson이 허용되는 일이 생긴다. 이 때는 gauge group이 SU(2)_L X SU(2)_R로 확장된다. 여러 차원을 compactification 하는 경우라면, compact dimension의 구조에 따라 허용되는 gauge group의 종류가 달라진다. 사실, compactification이라는 것이, 단순히 실제 존재하는 차원이 관찰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작게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non-compact dimension에 나타나는 각종 대칭성의 형태를 결정짓는 것은 꽤 일반적인 현상이다. 방금 이야기했던 gauge group의 형태가 결정되는 것은 그 한 예이고... torus에 compactification 한다면 초대칭의 갯수가 유지되기 때문에 4차원으로 가면 상당히 많은 초대칭이 있게 된다. 이 경우라면 표준모형에서 볼 수 있는 chiral 한 물질을 보는 것은 일반적으로 힘들다. 하나의 multiplet 안에 같은 quantum number를 가지는 fermion이 여럿 있을 수 있고 이들이 짝을 지어 vector-like 하게 즉 chiral 하지 않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chiral 한 이론을 얻으려면 한 mutiplet 안에 fermion이 1개만 있는 N=1 초대칭이 필요한데,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torus에서 discrete symmetry에 대해 불변인 상태만 남도록 하거나 (orbifold), 이것의 일반적인 형태로, holonomy (parallel transport 해서 제자리로 돌아오는 vector가 어떻게 변환하는지)가 적절히 주어지는 Calabi-Yau manifold 형태로 compactification 하는 방법이 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초끈이론에서 worldsheet reparametrization invariance에 의해 도입된 10개 내지는 26개의 차원이라는 것이 4차원 입장에서는 대칭성의 형태를 결정한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물론 왜 하필 non-compact dimension이 4개냐... 고 물으면 대답이 궁색해지기는 하지만... 그리고 closed string의 경우 left와 right mover에서 독립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한쪽은 10차원 초끈이론(초대칭이 있는 끈이론), 다른 한쪽은 26차원 bosonic string theory라고 해도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Bosonic string이 가지는 여분의 16차원은 실제 차원으로 굳이 해석할 필요 없이 10차원 이론이 가져야 할 대칭성의 구조를 결정하는 요소+worldsheet reparametrization invariance anomaly가 없도록 만드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16차원을 torus로 compactification을 하려고 하면 문제가 생기는데, torus의 구조가 아무거나 허용되는 것이 아니다. 양자 level 즉 string loop이 가지는 위상수학적인 구조 때문인데, 위상수학적으로 같다면 물리적 성질이 같아야 하고, 이게 modular invariance라는 제약조건으로 나타난다. 이건 초끈이론에서 꽤 강력한 조건이라서, 예를 들어 초끈이론에서 target spacetime의 초대칭에 의해 bosonic string에 존재하던 tachyon이 없어지는 것을 worldsheet level에서 설명하는 근거가 된다. 여기에 부합하는 16차원 torus는 두 종류밖에 없고, 이게 E8XE8 내지는 SO(32) gauge group과 연결된다. 특히 SO(32)는 다른 초끈 이론인 type I theory에서도 등장하지만, E8XE8을 구현하는 것은 heterotic string에서만 가능하다. 사실 10차원에서 gauge 및 gravity anomaly가 없기 위한 gauge group은 E8XE8 과 SO(32) 뿐인지라 어떻게든 E8XE8이 구현될 필요가 있는데, 초끈이론에서 이걸 얻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그리고 E8은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gauge group이다. 이 group의 generator는 SO(16) gauge boson과 boson이지만 SO(16) spinor처럼 행동하는 vector들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것이라서, maximal subgroup이 SO(16)이다. 이건 자연스럽게 SO(10)과 SO(6)으로 깰 수 있고, SO(10)은 아주 유명한 grand unification후보이다. 정확하게 그 이유 때문에 heterotic string이 발견되면서 초끈이론으로부터 표준모형을 얻으려는 시도가 매우 활성화되었다. Landscape 개념을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기 전까지... 물론 단순히 gauge group을 깨는 것뿐만 아니라 chiral 한 것이 표준모형에서처럼 3 generation만 남기는 등의 문제들이 많기에 쉽게 되는 작업은 아니지만... 그렇게 보면 80년대 고에너지 이론물리의 여러 곳 즉 heterotic string 뿐만 아니라 inflation이나 초대칭 등에서 grand unificaiton이 아주 강하게 녹아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초대칭의 경우 (표준모형 gauge group의 전하를 가지는 입자가 표준모형 입자+이들의 초대칭 짝밖에 없다면) gauge coupling이 더 쉽게 합쳐지는 것 같고, 합쳐짐이 일어나는 scale이 커져서 지금까지 실험으로 확인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요새 grand unification 자체를 연구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지만, 지금 사람들이 다루는 많은 이론이 처음 관심을 가질 때 대체적으로 grand unification이 동기가 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걸 반대로 보면, 만약 grand unification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 입자물리에서 이야기되는 많은 것들에 대해 왜 하는지 이해가 안 가는 사람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대체로 이유가 한 가지만 있어서 한다기보다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경우도 있고, 처음에 생각했던 동기가 어그러져도 계속 진행하는 동안 새로운 해야 할 이유를 찾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