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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감상 : de Sitter 위에서의 양자장론

dnrnf1 2023. 12. 10. 15:42

지금은 초끈 이론 쪽으로 파 들어가느라 좀 소원해지긴 했지만, 처음 '양자장론의 지식을 가지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입자물리 너머의 주제'를 찾을 당시 가장 쉽게 떠올리던 것이 우주론적 섭동이론 (cosmological perturbation theory)이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아마 내가 제자를 키운다면 누군가에게는 깊이 공부하라고 권유할 것 같다. 기본적으로는 semi-classical 한, 다시 말해서 background가 고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 위에 backreaction이 크지 않은 양자장들이 돌아다닐 때 이들의 행동을 correlation function 등을 통해서 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양자장론에서 섭동을 통해 correlation function을 구하고 이들을 관측 가능한 물리량과 대응시키는 과정에서 양자역학적인 보정이 scale에 따라 어떻게 보이는지를 살펴보는 재규격화(renormalizaiton)를 하는 것과 정확히 같은 물리이다. 그래서 갓 양자장론을 마친 사람이 집중해서 보면 그럭저럭 자연스럽게 연구 단계로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관측적으로도 우주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에서 나오는 다양한 정보들과 비교할 수 있는 면도 있고, 이론적으로 볼 때도 dS/CFT 이후 conformal 대칭성을 통해 이해하려는 시도가 계속 있어서 최근 연구들을 보면 60년대 있었던 S-matrix 이론의 관점과 80년대 이후 발전한 conformal field thekory (CFT)를 접목해서  conformal bootstrap 혹은 cosmological collider physics 등의 형태로 많이 이야기되어 오고 있기도 하다. 

 나도 초기에 논문을 쓰면서 잠깐잠깐 이런게 이게 아닐까 싶었던 것이 있었는데, 11월에 나온 논문 중에 그런 생각들을 상당히 명확하게 정리해 준 논문이 있어서 읽어보게 되었다.

 S. Céspedes, A.-C. Davis, D.-G. Wang,
 On the IR Divergences in de Sitter Space: loops, resummation and the semi-classical wavefunction
 2311.17990 [hep-th]
 https://inspirehep.net/literature/2728710

 개인적으로 우주론의 이론적인 면에 관심이 있거나 양자장론에서 배운 여러 지식들을 좀 더 명확히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논문이다. 특히 후자의 측면에서 보면, 보통 많은 양자장론 입문용 교과서들이 입자물리학의 응용이라는 측면을 강조하다 보니 background가 완전히 다른 형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얻지 못할 일이 많은데, 그런 면에서 실제 양자장론의 여러 결과들이 고체물리나 우주론 등에 적용되는 것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최근 양자장론 교과서들을 보면 고체물리 쪽 응용은 상당히 많이 반영되는 편이지만 아무래도 우주론은 일반상대론도 필요한 영역이라서 그런지 입문용 교과서까지는 잘 안 내려오고 있는 것 같다.


 관측적인 측면에서, 우리가 우주배경복사를 통해 볼 수 있는 우주에 대한 정보는 Big-bang이 일어난지 38만 년이 지난 시점의 광자들이 제공하고 있다. 이것들은 온도 2.7K 정도의 흑체복사로 아주 잘 기술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온도가 아주 조금 더 높은 것이 있고 낮은 곳이 있다. 그 차이는 아주 미미하지만 (온도차/2.7K은 10^{-5} 정도로 아주 작다) 이것이 급팽창(inflation) 시기 inflaton의 양자 요동에 의해서 온 것으로 짐작되기 때문에 (좀 더 정확히 말하면 inflaton의 요동과 metric의 trace 성분이 결합되어 만드는 일종의 massive gauge boson longitudinal 성분의 요동이다) 급팽창 당시 우주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보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물론 inflation이 맞다는 가정하에서의 이야기지만 일단 이걸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꽤 많다 보니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게 된다) 급팽창 시기를 특정 짓는 가장 중요한 물리 중 하나는 우주가 거의 de Sitter (dS)에 가깝기 때문에 horizon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양자요동의 파장이 horizon scale보다 커지면 더 이상 horizon scale보다 큰 쪽의 조건과 인과 관계로 엮이지 않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파동의 행동은 horizon을 벗어나는 순간 그대로 화석처럼 '얼어버린다'. 이런 long wave fluctuation들이 급팽창이 끝나는 순간 어떻게 생겼는지가 우주배경복사 관측에 반영되는 것이다. 이론 쪽에서 이 setup이 꽤 구미를 끈 것은, 중력-gauge duality에서 기인한 것이 꽤 크다. Duality의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는 AdS/CFT의 경우, AdS는 아주 명확한 spacelike 한 boundart가 존재하는데 반해, dS는 우주가 그대로 계속 가속팽창해서 그대로 멀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자연스러운 boundary라는 것을 이야기하기 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급팽창 시기가 끝나는 시점을 dS에서 시간이 아주 먼 미래인 시점의 timelike surface와 일치시키고 그 지점을 boundary로 보려는 시도가 있게 되었다. 그래서, 급팽창 시기가 끝나는 시점에 있는 fied들 사이의 correlation function을 boundary CFT로 기술하게 되었고, 이게 dS가 가지고 있는 conformal 대칭성과 같은 isometry를 잘 반영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덧붙여 이들 사이의 관계를 우주배경복사로 확인가능하다는(할 것이라는) 점이 꽤 매력적인 면이 있기도 하고.

 그러면 급팽창이 끝나는 시점의 우주는 무엇일까...를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양자역학적인 관점에서, 우주가 모종의 초기 상태에서 시작할 경우 (적어도 관측적으로는 de Sitter의 isometry를 보존하는 Bunch-Davies vacuum이 꽤 잘 맞는다고 여겨지고 있다) 급팽창이 끝난 시점에서 보면 모종의 상태에 있을 것이다. 그 상태가 각 지점에서의 field 값들이 특정한 모양으로 주어질 확률을 일단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급팽창이 끝나는 시점에서의 우주가 그 특정한 field의 형태일 확률이 100%는 아니니까 다른 다양한 field의 형태에 있을 확률도 다 구해야 한다. 그래서, '급팽창이 끝나는 시점 field들 사이의 correlator'라는 것은 이들 확률까지 염두에 둔 평균값에 해당한다. 그리고 기술적으로는 급팽창이 끝나는 시점 field들 사이의 Feynman diagram이 이걸 계산하는 도구가 된다. 물론 이걸 계산하다 보면 급팽창이 끝나는 시점 field들 사이에 contraction이 생겨서 만드는 loop 같은 것을 고려하게 된다. 당연히 이건 온전히 boundary(=급팽창이 끝나는 시점)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그런데 이것과는 별도로, 우주의 초기 상태가 급팽창이 끝나는 시점까지 진화하는 과정에서 또 온갖 일이 벌어진다. 즉 boundary에서 field가 특정 형태로 존재하기 위해 온갖 loop 효과들이 들어올 수 있다. 이건 bulk(=우주의 초기 상태에서 bundarty에 오기 직전의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그러면 boundary에서 벌어지는 loop효과와 bulk에서 벌어지는 loop 효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기본적으로 내가 본 논문에서 묻고 있는 것은 이 점이다. 특히, bulk에서는 tree level이고 boundary에서 loop을 만드는 효과는 tree level이 일어나는 시점에 대해 무두 중첩시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IR divergence가 나타난다. 다시 말해서 급팽창이 시작한 시점과 끝나는 시점 사이가 클 수록 발산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Loop이 bulk에서 생성되는 경우, bulk propagator는 UV divergence는 있지만 IR에 상당히 둔감하기 때문에 IR divergence는 boundary loop 효과가 가장 크게 된다. 사실 이게 정확하게 quantum fluctuation들이 horizon을 벗어나는 과정에서 decoherence를 통해 고전적으로 취급될 때 fluctuation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누적되는 효과에 해당한다. 논문에서 이 점을 강조함으로써, IR divergence가 정확하게 어느 곳에서 왔는지를 구분해 준 것이 상당히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또 한가지는 그동안 우주론적 섭동이론이 말 그대로 섭동이라는 점에 집중해 왔지만, CFT와의 연결을 통해서 섭동이론 너머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는데, 이것을 좀 더 양자장론 입장에서 볼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있다는 것이 주목할만한 것 같다. 우주가 계속 진화해 가면서 각 시점마다 우주의 상태가 특정 field의 형태를 가질 확률이 계속 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급팽창이 진행되는 동안 우주의 dynamics는 이 확률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계산해서 구하게 되고, 특히 correlator에 쓰는 확률인 boundary 즉 급팽창이 끝나는 시점에서 우주가 특정 field의 형태를 가질 확률을 구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확률을 주는 파동함수는 Schrödinger 방정식에 의하여 주어지지만, 또 한 가지 변수가 더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Horizon의 존재인데, 이것 때문에 cutoff scale이 계속 변한다. de Sitter를 기술할 때 static coordinate를 쓰면 horizon 크기는 Hubble constant의 역수로 말 그대로 상수지만, 우주론에 적용할 때는 주로 flat coordinate를 쓰고, 이 경우는 모든 길이 scale은 exponential 하게 늘어난다. 즉, 기존에 있었던 high scale mode들이 팽창을 따라 계속 low energy로 내려오기 때문에 이에 맞춰서 다시 말해서 cutoff scale도 계속 변하는 상황이다. 사실 이쪽을 어떻게  기술할까 가 상당히 궁금했고, 이걸 Wilsonian picture로 기술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논문에서 그걸 상당히 정확하게 다룬 것 같다. Polchinski 선생이 Wilsonian picture의 의미에 대해 쓴 아주 유명한 논문

J. Polchinski,
Renormalization and Effective Lagrangians
Nucl.Phys.B 231 (1984) 269
https://inspirehep.net/literature/189574

의 방법론을 적용한 것. 그동안 Starobinski 선생등에 의해서 확률의 운동방정식을 Fokker-Planck 방정식의 형식으로 다루는 stochastic 한 방법론이 널리 알려져 왔었다.

A. A. Starobinsky
STOCHASTIC DE SITTER (INFLATIONARY) STAGE IN THE EARLY UNIVERSE
Lect.Notes Phys. 246 (1986) 107
https://inspirehep.net/literature/238463

여기서 나오는 diffusion항이 cutoff이 바뀌는 효과에 해당하고, 이걸 Polchinski 선생의 접근 방식으로 정확하게 기술할 수 있다는 것이 논문의 두 번째 강조점이다. 이게 정확하게 어떤 의미인지, 이걸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가 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