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rnf1 2023. 11. 9. 05:56

1. 교생실습 나간 학생들이 다음 주에 돌아오기 때문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그다지 많이 남지 않았... 는데 세상사가 항상 그렇듯이 이럴 때 뭔가 시간을 '소비해야 할' 일이 생긴다. 마음이 많이 급해지기는 하지만 서두른다고 될 일도 아니고... 가끔 이게 뭐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 때가 많다. 장기적으로 주변 돌아가는 것을 보면 지금보다 시간이 부족하면 부족하지 더 생길 것 같지는 않은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 상당히 자주 시간이라는 것을 너무 쉽게 이야기하고나 더 주고 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뭐라고 해야 하나...

2. 지금 어떤 상황이냐면.. Bubble of nothing을 좀 더 들여다보고 있는데, 뭔가 괜찮은 이야깃거리가 나올 듯 하면서 안 나오는 상태다. 일단 예전에 사람들이 해 놓은 것을 보면 왜 이게 지금 swampland라는 맥락에서 다시 해석되고 있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특별한 것이 없다고 해도 기존에 파편화된 것을 잘 정리해서 내가 지금까지 한 일과 잘 연결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3. 옛날 책들을 보면 같은 것을 설명하더라도 지금과는 다른 식으로 접근하는 것들이 많다. 혹은 요새는 설명할 때 건너뛰는 과정에 대해서 집요하게 파들어가는 것을 볼 때도 있고. 처음에는 이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지 않았는데, 지금은 많이 진지해진 것 같다. 특정한 설명 방식에 익숙해질 때 시선이 고정되면 이 옆에 있는 중요할 수도 있는 것을 놓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서일지도 모르겠다. 당장은 시간낭비 같아도 그런  초기 접근 방식을 본 다음에 다시 돌아와 보면 같은 설명 방식을 반복해서 볼 때보다 좀 더 많은 것이 읽히는 일을 많이 겪기도 했고. 소식적에 gauge invariance를 redundancy로 설명하는 과정을 'path integral에서 여러 동등한 orbit이 중복된 것'으로 보는 것이 표준적이긴 한데, 이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constrained system을 이해하고 보는 것이 적어도 나에게는 좀 더 와닿았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방식도 다르고 이해하기 쉬운 설명 방식도 다른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니 꼭 현재의 표준적인 설명 방식이 모두에게 같은 정도로 이해되리라는 법도 없다. 사실 그런 표준적인 설명 방식을 만든 사람은 그걸 만들기 전에 여러 방향으로 생각해 봤을 것이고, 분명히 그것이 설명에 녹아있겠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서 보는 사람 입장에서 그걸 인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저 알려진 이유를 암기하고 있는 것과 왜 그렇게 되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아주 다르다는 것이고, 당장은 잘 드러나지 않지만 할 수 있는 연구의 범위나 깊이도 차이가 나게 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무시할 수 없는 현실 하나. 잘 이해하고 좋은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게 주변으로부터의 '인정'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인정'은 마지못해 받는 것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되는 것 같다. 아니면 그럴듯해 보이는 뭔가를 더 가지고 있거나.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요새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4. 익숙한 것이라고 해서 그게 반드시 있어야 할 이유도 없는 그러니까 당연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너무 잘 잊어버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