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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으로 출국

dnrnf1 2023. 7. 15. 03:17

 17일에서 21일 사이에 영국 University of Southampton (Highfield campus)에서 열리는 SUSY 2023 학회 ( https://indico.cern.ch/event/1214022/ ) 에 참석하는 일로 오늘 출국. 코로나 이후로 해외 가는 것은 처음이다. 가는 김에 논문 쓴 거 parallel session에서 발표도 할 계획이다.

 올해는 학회 참석하는 것에 욕심을 좀 내서 2주 전에 열렸던 대전 string pheno 학회에 이어서 SUSY 학회까지 가는데, 원래 학회에 지나치게 많이 다니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성격상 좀 예외적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학회 하나 안 다니고 은둔하겠다는 것은 당연히 아니고, 굳이 비유하자면 학원 많이 다닌다고 공부 잘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느낌이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뭔가를 많이 듣고 익숙해지면 내가 안다고 '착각'하게 되지만 실제로 제대로 읽고 직접 뭔가를 해보는 것이 따라오지 않으면 이거 이상한 거야 라거나 사소한 거야 같은 선입관이 생겨서 어떨 때는 아예 모르는 것보다 못한 경우를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대외 활동이 지나치면 일단 자신의 연구주제조차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차분히 살펴볼 시간이 없고, 광고에 너무 신경 쓰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볼 여유가 없기도 하지만 자신이 한 일이 가지는 잠재적인 문제점을 간과하고 무시할 가능성이 있다. 적어도 내가 이해도 못하는 것을 그럴 듯하게 들린다는 이유로 남을 시키는 것이 제대로 된 연구인지 잘 모르겠다. 하나 하나 뜯어보느라 전체적인 그림을 못 그리는 것도 문제지만 이게 정말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고 그럴 듯한 일을 하는 것으로 보이기 위해 아랫 사람들을 부리기만 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적 올리기 용으로 발표만 하고 다른 사람 일에 관심이 없어 거의 듣지도 않는다거나 연구 활동은 하지 않으면서 뭔가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연구비 소비 수단에 그치는 학회 참석은 정말 좋지 않은 경우일 것이고. (꽤 자주 이 바닥 사람들이 둔감해지는 것 중 하나가 연구비도 결국 세금에서 나온다는 현실이다. 그걸 너무 엄격하게 적용해서 활동의 자유도를 제약하거나 실패 가능성을 피하는 보신적인 + 관료제적인 행태로 가는 것은 극구 반대하지만 좀 심하게 방만하다 싶거나 과하게 정치적으로 보이는 혹은 겉으로만 화려한데 실속은 없는 경우도 꽤 많이 보아 왔기 때문에....  )  대신 적절하게 정보 수집 하고 평소에 궁금했던 것에 대해 논문 저자에게 물어보거나 우연히 뭔가 재미있을 것 같은 이야깃거리를 접하게 될 수 있다면 정말 생산적인 학회 참석이 될 것이다. 그래서 건질 것이 있을만한 것만 한번 정도 (필요에 따라서는 이번처럼 두 번 정도) 참석하는 것이 원칙이다. 현실적으로도 수업 같은 것이 있기 때문에 학기 중에 나가는 것은 아주 중요한 것이 아니면 삼갈 수밖에 없고, 결국 전체적인 흐름을 볼 수 있는 SUSY 같은 대형 학회라거나 지금 하고 있는 연구 주제와 깊은 관련이 있는 string pheno 같은 것을 추려서 갈 수밖에 없다. 

 아무튼 코로나 유행 기간동안 너무 고립되어 있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연구를 해야 할지, 그러니까 방향을 어떻게 잡으면 좋을지 혹은 지금까지 해 오던 것에서 변화를 준다면 어떤 쪽으로 가야 할지 같은 것들을 전체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도 있고 해서 올해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볼 생각이다. 특히나 요새 하는 주제는 '맨 땅에 헤딩'하는 면이 있어서 많이 배울 필요가 있기도 하고. 그저 듣는 거라면 코로나 기간 중에도 ZOOM 같은 것을 이용한 원격 학회도 있긴 했지만 아무래도 직접 이야기를 하는 것과는 아직 차이가 크긴 하다. 특히 대면 학회가 좋은 점이라면, 궁금하기는 한데 대놓고 물어보기 좀 뭐 한 것들 (내가 익숙지 않은 내용이라서 물어보기 좀 거시기하거나 반대로 논문 생각이 있는데 너무 떠벌리고 다니면 누군가가 듣고 쓸 위험이 있는 것들)을 꽤 '개인적으로' '자연스럽게' 물어볼 수 있다. 식사나 커피 타임 같은 것을 활용하면 되니까.. 사실 공식적인 발표와 질문에만 그친다면 논문 읽어 보는 것보다 더 많이 배우지는 못한다. 덤으로 논문 쓰거나 수업 같은 것으로 바빠서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논문 중 괜찮은 것을 발견하거나 처음 봤을 때는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들을 재발견하는 것도 부수입이고.

 그나저나 영국은 난생 처음 가 본다. 학생 때나 포닥 때 나름 여기저기 돌아다닌 편이긴 하지만 유독 인연이 없었던 곳이 몇 군데 있는데 영국과 CERN이 대표적이다. 재미있게도 CERN은 이상하게 뭔가 갈 수 없는 사정이 꼭 생겨서 아직도 가 본 일이 없다. 올해 초 참석할 학회를 정할 때 PASCOS를 갈지 SUSY를 갈지 고민했었는데, PASCOS가 열리는 미국 서부도 아직 가 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미국'이라는 나라는 가 봤으니까 아예 안 가본 영국을 가 볼까 했던 것도 SUSY를 고른 아주 사소한 이유 중 하나였다. 어차피 두 학회 모두 성격은 비슷하긴 해서.. 그런데 영국 물가가 생각보다 높은 게 문제 -_- 여하간 숙소까지 안전하게 도착하는 것이 일차 목표. 그리고 학회 끝난 다음 하루 반 정도는 런던 구경도 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