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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ing Phenomenology 2023

dnrnf1 2023. 7. 8. 04:11

 String phenomenology 학회 종료. 의외라면 의외인 게 이 학회가 아시아 지역에서 열린 게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덕분에 논문에서만 보던 사람들을 실제로 많이 볼 수 있었다. 뭘 새삼스럽나 싶을 수도 있는데, 보통은 입자물리 학회에 많이 다니고 string이 붙은 학회 경험은 얼마 없었던 데다가 그전에 아주 가끔 갔을 때에는 관련 연구를 하지 않아서 누가 특별히 인상적이더라는 느낌은 없었다. 사실 학회 이름에 현상론이 붙었지만 보통 '현상론'이라고 여겨지는 연구와도 꽤 거리가 있는 편인지라. 어떻게 보면 존재 가치는 있지만 초끈 이론과 현상론의 영역이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서 실제 연구하다 보면 많이 애매해지는 처지일 수 있는데, 그게 지금 딱 내 상황이기는 하다.

 

 초끈 현상론에 대해서는 일단 지금은 '초심자'라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어느 정도 사실이기도 하고. 그래서 포닥 때 미국 드나들면서 그쪽 전문가였던 교수님과 같이 연구할 때에도 KKLT와 관련된 것 정도는 좀 알고 있었음에도 어느 정도는 의도적으로 안드러내고  그러니까 그쪽은 거의 건드리지 않고 우주론과 asymptotic symmetry에 집중했었다. 초끈 현상론은 학생 때 부터 조금씩 준비하면서 꿍쳐두고 있다가 교수 된 다음에 리미터 해제(...) 하듯이 혼자 연구하게 된 것에 가까운데, 아무래도 그쪽 사람들과 교류한 경험이 적다 보니 뭔가 들쑥날쑥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시간이 해결해 주기를 바랄 수밖에... 이번에 학회에서 그 교수님도 언급하시길 같이 일할 당시에 내가 초끈 쪽 지식이 그정도 있는 것은 인지하지 못해서 논문 쓴 거 보고 약간 놀라셨다고 할 정도였다. (실제로 내 논문 기록 보면 2018년 겨울 이후로 뭔가 급커브를 튼 느낌이 날 수도 있다. 내 입장에서는 아니지만.) 

 학회 이야기로 돌아가서... 예상했지만 swampland conjecture에 많이 초점이 맞추어진 느낌이었다. 연구를 하다보면 계속 distance conjecture 쪽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었는데, 나만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첫날 오전에 집중적으로 이야기되어서 강하게 인상에 남았던 것은 moduli potential의 asymptotic limit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떻게 보면 Dine-Seiberg의 80년대 논문 

 M. Dine, N.Seiberg, Is the Superstring Weakly Coupled? Phys.Lett.B 162 (1985) 299

https://inspirehep.net/literature/214462 )

이 다시 소환된 느낌이기는 한데, 확실하게 controllable한 영역에서 potential이 가질 수 있는 제약 조건이 어떤 것인지를 다시 보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처음 de Sitter swampland conjecture가 나왔을 때는 meta-stable한 de Sitter의 불안정성을 이야기하면서 inflation도 아주 아주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들을 했고, 그 와중에 inflation 대신 quintessence를 조금씩 미는 경향을 보였지만, 지금 이야기되는 것을 보면 적어도 potential의 asymptotic limit에서는 그것도 힘든 것이 아니냐.. 는 생각들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전에 weak gravity conjecture가 나오면서 trans-Planckian natural inflation이 가능한지를 검토하는 것과 상당히 비슷한 과정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 같다. 가장 단순한 모형이 잘 통하지 않는다면 혹시 multi-field에서 가능한 영역이 조금이나마 있을 수 있는가? 를 보는 식이랄까. 그걸 보고 있자면 특히 관측적인 증거를 고려했을 때 (마침 학회 초반부 시점에 Euclid 위성도 발사되었는데...) inflation도 싫고 quintessence도 싫다면 도대체 무슨 우주를 만들고 싶은 건지 따지고 싶기도 하다. 불길한 느낌을 적어 보면 어쨌건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supergravity limit처럼 각종 parameter들이 subleading term들이 충분히 작거나 하는 식으로 controllable한 영역을 다루는 것인데 거기서 안된다는 것이지 계산할 수 없는 영역 어디선가에는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결론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계산할 수 없는 영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이야기하는 아주 불편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데...

 내가 한 일과 관련된 것이라면 아무래도 distance conjecture를 a tower of states와 연결짓는 것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관련된 연구들이 어느 정도 활성화되었기 때문에 나도 그런 논문을 보고 계속 생각하게 된 면도 있는데, 말하자면 Kaluza-Klein mode들처럼 tower를 만드는 상태들이 자꾸 loop을 통해서 low energy field의 재규격화에 관여하게 되면, 어느 순간에는 중력이 strongly coupled되게 되니까 낮은 에너지에서의 effective field theory를 weak gravity로 한정한다면 cutoff은 Planck scale보다 작게 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중력이 낮은 에너지에서는 약하게 작용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가설이 있는 셈이다) 학회에서 보고 있자니 중력의 열역학과 연결 지으려는 Dieter Lüst 선생 연구가 좀 관심이 간다. 약간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나 싶기도 해서.

 작년부터 조금씩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 generalized symmetry이다. 요새 궁금해진게 한 가지 있었는데 내가 궁금한 건 웬만하면 다른 사람들도 궁금한지라(...) 당연히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직 초기 단계다 보니 (어니면 진짜 할 이야기가 없어서일 수도 있는데)  뭔가 큰 교훈을 주는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그만큼 직관적으로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겠지만 이쪽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역시나 나만 그 생각한게 아닌지 자꾸 내가 미심쩍게 생각하던 것과 관련된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코로나 이후로 대면 참석한 첫 학회인데 오랜만에 보는 분들도 있어서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물리와 관련해서 생각할 것들이 많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다음 주 SUSY학회까지 참석한 다음에 구체적으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할 요량이긴 한데, 지금 단계로도 읽을 논문들은 꽤 쌓인 듯 하...지만 사실 생각하게 되는 것 중에 논문까지 가는 것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일단 떡밥 거리를 많이 모아 놓는 것이 필요하다. 여담으로 어느 분이 예전에 de Sitter swampland conjecture 관련 연구자 이야기를 하면서 slide에 나도 적어준 적이 있는데 이번에 distance conjecture 관련 연구자 이야기 하면서 또 적어준 것이 약간 감동 포인트였긴 한데 적어놓고 보니 왠지 하찮게 느껴지네...-_-ㅋ 굳이 변명하자면 실제 연구와 별개로 교류가 거의 없는 사람의 일을 읽는 것은 생각보다 쉬은 것은 아니다.  약간 개그였던 것 중 하나는 연회에서 인삿말을 하신 Luis Ibáñez 선생이 초끈 현상론 역사를 열심히 읊으시다가 buy my book을 두 번이나 연속으로 강조하셨던 것. (Uranga 선생과 쓴 초끈현상론 책 String theory and particle physics: An introduction to string phenomenology https://www.cambridge.org/core/books/string-theory-and-particle-physics/7D005A97DA657F6675C2A62E449FC62E

이 있다) 사실 첫날에 같이 일했던 교수님으로부터 강하게 추천받아서 더 그 말이 재미있게 들렸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