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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 정리 20250425

dnrnf1 2025. 4. 25. 15:01

지금까지 연구 관련해서 오가는 이야기들을 좀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초끈이론이 양자중력 이론 중에서 특별한 점을 고르라면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대통일이론의 후보라는 널리 알려진 이름에 걸맞게 중력 하나만 들여다 보는 것이 아니라 물질, 힘(을 매개하는 gauge boson들) 그리고 중력을 한 가지 근원으로부터 다루는 것도 있을 것이고, 조금 더 들어가서 양자역학적으로 문제가 없기 위한 조건들이 많은 상당히 강한 제약들을 준다는 점을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2차원 worldsheet이 가지는 diffeomorphism 중에 conformal invariance와 겹치는 것이 있는데, 이게 양자역학적으로 깨지면, 즉 anomlaous 하다면 negative norm을 가지는 상태가 제대로 decouple 되지 않아 unitarity에 문제가 생긴다. Worldsheet을 품고 있는 target spacetime의 차원이 (초끈이론의 경우) 10차원인 것은 이 문제를 막기 위함으로, 이 경우 conformal invariance가 가지는 성질 덕에 UV와 IR의 mixing이 잘 일어나게 되고, 결국 UV finiteness도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재규격화 관점에서 보면 초끈이론을 중력의 UV completion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하간 현재 우리 우주에서 아직 초끈의 흔적을 본 적이 없고, 4차원 이상의 차원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없는데, 이건 초끈 exciation들과 Kaluza-Klein (KK) mode들이 현재 우리가 닿을 수 있는 energy scale보다 무겁다는 조건을 준다. 반대로 뒤집으면, 즉 UV 입장에서는 매우 많은 초끈 excitation들과 KK mode들의 '탑'(tower)이 존재한다는 건데.... 문제는, 초끈 이론을 가지고 실질적인 섭동 계산을 할 수 있는(=perturbative control이 잘 되는), 즉 supergravity가 성립하는 영역에서는 6개나 되는 여분 차원의 부피가 초끈의 길이보다 커야 하고, 초끈 loop correction이 충분히 작아야 하니 string coupling의 크기 역시 작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면 여분차원의 부피가 클 수록, 혹은 string coupling이 작을수록 좋으냐... 그렇지 않다. 이게 너무 심하면 초끈 excitation들과 KK mode들은 너무 가벼워져서 우리가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supergravity로 기술할 수 없고, 따라서 낮은 energy에서의 유효이론 (effective field theory)가 더 이상 성립하지 않게 된다. Swampland program에서 distance conjecture가 이야기하는 것이 정확하게 이 점이다. 낮은 energy를 기술하는 유효이론이 성립하는 영역이 있고, 그 가장자리로 갈수록 각종 tower들이 가벼워지는 일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사실, 그동안 초끈이론을 이용한 현상론적인 예측은 주로 supergravity의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져 왔다. 일단 초끈 excitation들이 decouple 된, 10차원 supergravity 이론을 생각하고, 6차원은 우리가 4차원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성질들을 볼 수 있도록 정교하게 그리고 'supergravity의 틀 안에서' 말아야 한다. 특히 약한상호작용에서 나타나는 chirality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4차원에 남는 초대칭은 N=1을 넘으면 안 된다. 그리고 표준모형에서 초대칭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N=1 초대칭도 결국 어떻게든 깨져야 한다. 이걸 만들기 위해 Calabi-Yau + orientifold compactification을 하거나 orbifold를 하고, anti-brane을 박아 넣는 등 여러 일을 한다. 그런데, 이런 여러 시도를 하는 와중에 뭔가 잘못한 건 없을까? 그러니까, 응당 초끈이론으로부터 나온다고 믿고 supergravity만을 가지고 모형을 만들고 여러 예측을 해 왔는데, 그렇게 해서 나온 여러 parameter들, 예를 들면 vacuum energy라거나 여분 차원의 크기에 문제가 있을 수가 있다. 특히, 얻어낸 parameter가 주는 tower mass scale이 엄청나게 낮거나 해서 이 영역에서의 supergravity는 초끈 이론의 제대로 된 유효이론이 아닐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flux compactification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KKLT나 large volume scenario처럼 metastable de Sitter vacuum를 주는 모형을 만들어냈고, 이게 적어도 현재까지 관측과 매우 가까운 우주'상수' 즉 vacuum energy가 시간이 지나도 일정한 상황을 잘 설명한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 모형들이 정말 제대로 된 것인지 의심을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저번달 DESI 관측에서도 보았지만, vacuum energy가 과연 '상수'인지도 다소 애매해지고 있다. 초끈 이론하는 분들은 이 점을 노려서 초끈이론의 '구체적인 예측'을 내놓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Metastable de Sitter vacuum이 초끈이론으로부터 절대 얻어지지 않는 것이라면, (이게 맞다면 KKLT나 large volume scenario가 알고 보니 문제가 있는 것일 것이다) 우주의 vacuum energy는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것이고, 만약 이것이 관측적으로 확인된다면, 아마 black hole entropy에 대한 예측, 즉 면적/G 앞에 붙는 상수가 1/4라는 것을 Strominger-Vafa 두 분이 계산한 것 이후로 꽤 좋은 소득으로 여겨질 것이라서...

 사실, 2000년대 초반까지 나온 여러 현상론적 예측들은 그 당시까지 사람들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던 모형, 그러니까 우주상수가 있고, 초대칭이나 여분차원 같은 새로운 물리가 TeV scale에 나타나는 상황을 어떻게든 구현하는 것에 모든 것이 집중된 감이 있다. 그러다가 실험적으로 이런 예측의 지위가 흔들리는, 즉 LHC에서 여전히 새로운 물리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고 있고, 우주 '상수'도 관측적으로 더 가까이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모형을 재검토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양자중력이 낮은 energy에서 완전히 decouple 되는 게 아니라 나름 흔적과 제약 조건을 남긴다는 것을 좀 더 강조하는 것이 현재 현상과 초끈이론 사이를 (어떻게든) 연결 지으려는 시도들에서 보이는 것 같다. 예를 들어서, KKLT나 large volume scenario는 Kahler moduli들의 안정화에 집중하고 있고, 여기에는 Giddins-Kachru-Polchinski가 했듯이 flux를 잘 이용하면 complex structure moduli나 axio-dilaton은 어떻게든 안정화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문제는 flux의 크기라는 게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Tadpole cancellation condition을 보면, flux가 주는 tadpole contibution은 complex structure moduli 갯수보다 과하게 크면 안 된다. 그런데 tadpole conjecture (혹은 tadpole problem)가 지적하듯이, 적어도 유효이론이 성립하는 영역의 가장자리에서는 모든 moduli를 안정화시킬 정도의 flux가 이 제약조건을 벗어날 정도로 큰 것 같다. 그러면 그 영역에서 아직 안정화되지 않은 complex structure moduli들은 가벼워야 하는데, 이건 현상론적으로 아직 아주 가벼운 scalar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과도 모순되지만 이론적으로도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우주론적으로 관측과 어긋나는 다양한 행동 (아주 큰 isocurvature perturbation이라거나, effective neutrino 갯수라거나...)을 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KKLT 혹은 large volume scenario 등은 이들 가벼운 scalar까지 넣고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어떤 경우는 우주가 꽤 불안정하다는 모순된 결과를 줄  수도 있다. (사실 이게 2021년 3월에 쓴 논문에서 살펴본 것이었다. 여기서 tadpole condition이 걸려서 조금 더 본 적이 있었는데, 좀 더 머리를 굴렸으면 tadpole conjecture에 닿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논문 쓸 당시에는 그런 걸 생각할 정도로 경험이 많지 않아서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었지만...) 사실, flux가 너무 크면 몇 가지 문제가 생긴다. Giddings-Kachru-Polchinski를 다시 보면, 여기서는  flux compactificaiton으로 Klebanov-Strassler throat과 같은 구조가 Calabi-Yau에 있는 (뿔이 솟아있다고 상상하면 편하다) 상황을 구현해서 throat과 관련된 scale을 나머지 Calabi-Yau 공간 scale보다 매우 작게 만들고 있다. 원래는 Randall-Sundrum 모형에서와 같이, exponential 하게 크게 갈라진 두 scale들을 구현하려는 것이 의도였고, throat과 관련된 flux가 클수록 scale separation은 크게 일어난다. 거기다가 potential이 no-scale structure을 가지다 보니 KKLT/large volume scenario처럼 Kahler moduli를 quantum correction 등을 통해 안정화시키려고 하면 아주 얕은 AdS vacuum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 때 throat 끝에 anti-D-brane 몇 개만 꽂아놓으면 이게 주는 초대칭 깨짐 효과 역시 throat이 길 수록 작아져서 쉽게 현재의 아주 작은 우주상수를 구현할 수 있고, 초대칭 입자도 가볍기 때문에 Higgs scale 즉 electroweak scale과 연결 지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 보면 아주 좋아 보이지만... 그렇다고 flux를 너무 크게 하면 throat 자체가 singular해지는 바람에 (이 주장은 좀 의심받고 있기는 하다) supergravity에 기반한 Klebanov-Strassler의 기술이 통하지 않을 수 있고 (어떻게 보면 supergravity가 유효한 영역에서 모든 moduli가 안정화되지 않는다는 점이 tadpole conjecture와 통하는 것 같기도 하다) throat 방향의 KK mode들 역시 너무 가벼워지는 문제가 생긴다. 즉 AdS scale과 KK mass scale은 scale separation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이건 2023년 3월에 논문 쓰면서 살펴본 적이 있다.).  이전에는 적절히 parameter 크기를 조절하면 어떻게든 괜찮겠지 하고 넘어갔던 것들이 하나씩 눈에 밟히기 시작하고 여기서 거꾸로 양자중력의 제약조건을 끄집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모형 자체의 정당성을 의심하게 시작한 것은 덤이고... 여하간, KKLT 혹은 large volume scenario 같은 것들이 만약 맞다면, 그건 유효이론이 성립하는 영역의 맨 가장자리가 아니라 좀 들어가 줘야 한다. 이걸 KK mode/string excitation의 크기와 엮어보려고 한 것이 이번 달 논문 내용이다. 

 사실 scale separation 즉 low energy 유효이론에 나타나는 vacuum energy 크기와 같은 scale들이 KK mode/string excitation과 같은 tower mass scale 혹은 moduli 질량들과 어느 정도 갈라질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는 사람들이 계속 이야기해 온 것들이다. 

 

T. Coudarchet,
Hiding the extra dimensions: A review on scale separation in string theory
Phys.Rept. 1064 (2024) 1, 2311.12105 [hep-th]
https://inspirehep.net/literature/2724900

 

급진적인 주장으로는 초끈이론에서 scale separation은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 있고, 이 주장이 맞다면 조금만 더 energy scale을 높이면 KK mode든 string excitation이든 뭔가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좀 온건하게 그래도 어떻게든 scale separation을 구현하려고 한다면 어떤 조건을 생각해야 할까? 이것과 관련해서 생각해 볼만한 것이 아주 오래전에 나온 Maldacena-Nunez no-go theorem이다.

J. M. Maldacena, C. Nunez,
Supergravity description of field theories on curved manifolds and a no go theorem
Int.J.Mod.Phys.A 16 (2001) 822, hep-th/0007018 [hep-th]
https://inspirehep.net/literature/529613

 여기서는 두 가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한 가지는 warp factor가 상수가 아니려면,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우주상수가 음수가 아니라면 어떤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는가?라는 것이고, 사실 이건 정확하게 Giddings-Kachru-Polchinski에서 flux compactification을 통해 구현하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이건 공통적으로 한 가지 조건을 요구한다. Negative tension을 가지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 초끈이론에는 때마침 딱 거기에 해당하는 게 있다. 다른 게 아니라 orientifold plane.  그래서 orientifold compactification은 초끈현상론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warp factor와 관련되었다는 점에서 짐작하겠지만, netative tension을 가지는 물체의 존재는 scale separation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warp factor에 의한 scale separation은 throat 위에 사는 가벼운 KK mode들의 존재 때문에 불완전하긴 하지만..)  이 점을 지적한 것이 

F.F. Gautason, M. Schillo, T. Van Riet, M. Williams,
Remarks on scale separation in flux vacua
JHEP 03 (2016) 061 1512.00457 [hep-th]
https://inspirehep.net/literature/1407858

인데, 여기서 쓴 아이디어는, vacuum energy scale과 KK mass scale의 비율이 '대충' 4차원 curvature의 비율과 6차원 curvature의 비율일 것이라는 것에서 나왔다. 대충이라는 것은 6차원 여분차원의 크기가 방향과 상관없이 엇비슷할 거라는 가정이 깔려 있다는 것으로, 매우 긴 throat의 존재 같은 것은 여기서는 상정하지 않는다. 뭐 vacuum energy의 크기가 4차원 곡률이라는 것은 쉽게 인지할 수 있지만, KK scale을 6차원 curvature와 연결한 것은 납득은 가긴 하지만 좀 신선했는데, 계속 이걸 생각할 때 Kahler moduli의 값을 염두에 두었지 curvature를 잘 생각해 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논문의 후속편에 해당하는 논문이 이번 달에 나왔다. 

D. Andriot, N. Cribiori, T. Van Riet,
Scale separation, rolling solutions and entropy bounds
2504.08634 [hep-th]
https://inspirehep.net/literature/2911172

 여기서는 좀 더 재미있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사실, negative tension을 가진 존재를 상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Kahler moduli와 dilaton이 '안정화'되었을 때의 이야기이고, 이들이 안정화되지 않고 시간에 따라 변한다면 굳이 negative tension을 가진 존재가 없어도 scale separation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 우주'상수'가 아니라 quintessence같이 시간에 따라 vacuum energy가 변하는 경우가 왜 좋은지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인데.. 설령 scale separation이 실제 우리가 사는 세상에 나타나서 KK mode들이 아주 무겁다고 하더라도, 이건 초끈이론이 틀리다는 소리가 아니라 moduli들이 완전히 안정되지 않고, 우주의 vacuum energy가 시간에 따라 변함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걸 이야기해 주고 있다. 결국 전체적으로 swampland program의 이야기 양상을 보면, 안정화된 metastable de Sitter vacuum 혹은 그 결과인 우주'상수'는 포기하려는 움직임이 계속 강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좀 재미있어 보이는 논문 하나 더. 

 M. Delgado, S. Reymond, T. Van Riet,
Black Holes, Moduli Stabilisation and the Swampland
2504.02645 [hep-th]

https://inspirehep.net/literature/2907657

 Swampland program을 중력의 thermodynamics와 연결 짓는 것에 관심 있는 입장에서 신경 쓰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는 black hole attractor mechanism이라는 역시 좀 오래된 이야기를 이용하고 있다. 아주 간단히 이야기하면, extremal black hole의 경우 horizon에서 아주 먼 곳까지 가는데 무한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바람에, gauge coupling의 크기를 결정하는 moduli가 초기값에 상관없이 fixed point로 가며, no-hair theorem이 암시하듯 그 값은 black hole의 전하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이야기이다. 논문에서 주로 하는 이야기는, moduli의 potentual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다면, black hole이 크면 클수록 fixed point를 향해 moduli가 움직이는 거리가 길어져서 horizon 쪽으로 갈수록 tower mass scale이 작아지는, 그래서 horizon 근처에서는 UV behavior가 좀 더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와 유효이론의 맨 가장자리를 연결할 수 있는 solution이 black hole이라는 것인데, 막 읽어서 그런지 아직 모든 게 명확하지 않아서 공부 좀 해야겠지 싶다. 그런데 Acknowledgement가 왜 이런감.. 싸움들 하셨나... -_-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