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논문 계속 진행 중. 주요 내용 정리하고 글 쓰면서 추가로 쓸 것들을 찾고 있는데, 며칠 째 신경이 많이 쓰이는 상태로 지내다 보니 피곤한데 또 뭔가 할 일이 계속 있다보니 잠이 잘 안온다. 특히 Introduction 부분 골격 잡을 때 가장 골 아프다... 진도는 안나가고 시간은 막 지나갈 때인지라... 써놓고 보면 계속 마음에 안 들어서 방망이 깎는 노인이 된 기분이 드는데, 그렇다고 결과가 항상 좋으냐면 그렇지 않은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그래도 가장 신경 쓰이는 단계는 어떻게 넘어간 것 같다. 지난 한 일주일 정도는 뭔가 다른 일을 추가로 하는 것이 아주 귀찮은 상태였다. 그런데 사람 사는 세상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논문에만 집중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서... 시험 문제도 내야 했고... 솔직히 지금 형편도 보기에 따라서는 연구하기에 아주 나쁜 것도 아닌 데다 오히려 좋은 면도 있으니 불만할 일은 아니다. 그래도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면 하는 아쉬움은 항상 있다. 논문 거리 찾을 때는 또 찾을 때 대로, 그리고 논문 쓸 때는 또 쓸 때 대로 계속 뭔가 아쉽고 더 잘할 수 있는데 여유 없이 쫓기느라 끊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계속 든다. 그리고 계속 불안감과 찜찜함이 섞인 느낌 그러니까 제대로 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사망 플래그를 꽂는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든다. 지금이야 어떻게 어떻게 하고 있지만 이게 몇십 년 뒤에 복리 이자로 돌아와 힘들게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진짜 한 20년 뒤의 나는 어떤 상태일까....
지금 논문도 이렇게 신경 쓰고 있는데 정말 좋은 논문이 될까? 하는 의문이 계속 남기도 하고. 내 입장에서야 괜찮은 주제라고 생각하고 신경을 쓰더라도 꼭 그 생각이 맞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 연구의 특징이긴 한데 그래도 아직은 경험 쌓는 의미라도 있지만 음... 노력에 대해 보답을 바라면 안 되긴 하지만 또 은근히 있으면 좋겠다 싶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긴 하다...
여하간 계속 뭔가 기분이 무거운데 일이 바빠서 어찌 어찌 잊게 되는 것 같다.
은근히 주변에서 많이 배운 사람들도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많이 배웠기 때문에) 간과하는 것이, 항상 사람의 일이 계획대로 되거나 내가 제어할 수 있는 범위 혹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진행되는 것은 아니고 그래야 하는 것도 더더욱 아니다. 뭔가 크게 잘못한 것은 없는데 잘못되거나 우연이나 갑작스러운 요소가 개입되는 순간 일이 묘하게 특정 방향으로 굴러가는 관성이 강하게 생기기도 한다. 작은 불씨가 계속 쌓여서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이 되기도 하고. 또 살다 보면 반대로 충동적으로 한 일이 이상하게 좋은 방향으로 굴러가는 씨앗이 될 수도 있다. 좋은 일도 휩쓸리듯 이루어질 때도 있고. 당장 좋은 것 같아도 한참 뒤에 보면 일이 꼬이는 시작이었다거나 반대로 뭔가 계속 잘못 굴러가는 것 같지만 그게 알고 보니 전화위복이 되기도 한다. 그런 불확실함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면이 아닐까.. 얼마나 많이 배웠는지와 상관없이 인생의 그런 면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리고 상황 자체의 유리와 불리를 단정 짓기보다 그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을 제대로 잡으려고 하는지가 그 사람의 지혜를 결정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렇게 살려고 한다고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닌지라... 알고 당하면 뭔가 더 농락당하는 기분이 드는 면도 있다. 그걸 알면서도 뭐라도 해야 하고... 피해가는 것은 언뜻 보면 지혜로운 것 같지만 사실 실속이 없게 만드는지라 본인 아니면 본인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지게 되는 것 같다. 그걸 근본적으로 고치는 것이 아니라 당장의 곤란함을 모면하려는 형태로 해결하려고 하면 그 해악이 계속 쌓이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개인적으로 많이 혐오스럽다.
그래도 아직은 뭔가 하고 싶고 더 좋은 상태에 있고 싶긴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