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25
연구자에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연구는 기존에 알고 있는 것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레벨업(...)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박사를 따고 오랜 시간 동안 연구하더라도 모든 것을 알지 못하고, 그래서 계속 '이미 알려져 있지만 아직 잘 모르는' 것들이 널려 있다. 아직 관심을 가지지 않은, 더 정확이 말하면 알아야 할 충분한 이유를 찾지 못한 것들일 것이다. 그리고 어디선가 누군가는 생각지도 못했던 생각이나 수학 지식을 들고 와서 소개하기 때문에 그 모르는 것들을 계속 늘어나게 된다. 그것들을 현실적으로 모두 알 수도 없고, 본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동기 부여가 되지 않거나 심리적이든, 지식적이든 알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피상적으로 읽고 끄덕거리다가 잊게 된다. 그래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연구는 일종의 보물찾기 게임 같은 것이 된다. 알아야 할 목록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각자 흥미가 생기거나 알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을 알아서 찾아야 하고, 그게 얼마나 쌓였는지, 혹은 얼마나 정곡을 찌르는지가 결국 그 연구자의 능력이 되기 때문이다. 정말 재수가 좋아서 짧은 경험임에도 정곡을 잘 찌르는 경우도 있고, 노련한 천재라도 헛다리만 짚어서 뭔가 많이 했는데 결국 잊혀지는 것도 있다. 여기에는 많은 요인들이 작용하고, 그중 또 많은 것들은 우연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그런 보물 찾기를 그만둔다면 능력 있다고 알려진 사람마저 몇 년 사이에 금방 뒤처지게 된다. 20여년 동안의 경험으로 배운 중요한 교훈이 이것인데, 아무 업데이트가 없는 연구자는 과거의 경력이 얼마나 화려하건, 혹은 아무리 똑똑하건 상관없이 더 이상 아무것도 생산적인 것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것 같다. 비유하자면 스스로 우물을 파고 그 속에 안주하는 개구리 같은 느낌이다. 사람이 바보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지만, 스스로가 그걸 깨닫게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많은 경우는 평생 못 깨닫는데, 스트레스야 덜 받아서 행복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정말 좋은 것일까....
그래서 뭔가 좋은 연구 주제를 찾고 싶다. 논문을 쓰기 전보다 더 많은 것을 깨닫게 되고, 좀 더 괜찮은 일을 더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 없을까... 하는 것이다. 그런 것을 찾기 쉽지 않고, 찾을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이 허락해 줄 수 있을지 몰라서 계속 불안하다. 어느새 방학도 한주 밖에 안남았는데, 한 달 넘게 헤매고 있는 것이 그래도 낭비가 아니었길 바라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