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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을 닫으며...

dnrnf1 2024. 12. 28. 15:39

 2024년도 끝나간다. 자연이라는 말 자체가 의미하듯이 감정이나 희망, 능력과는 상관없이 시간은 그저 있을 뿐이고 그저 지나갈 뿐이다. 그래도 사람의 어리석음을 나도 가지고 있다 보니 연말이 되면 뭔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내년에는 혹시 좀 더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희망도 마음 한켠에 생기는 것 같다. 사실 자연의 이치를 연구하는 물리학자라고 하더라도 뭔가 더 나은 지혜를 가지게 되는 것 같지는 않다. 여전히 모르는 것은 무한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많고, 세상사를 봄에 있어서 보다 현명한 자세를 가지는 것 같지도 않다. 다만 자신이 그렇다고 믿는 비율이 높을 뿐이지..-_- 사실 똑똑함과 통찰력은 항상 같이 다니는 것이 아니고, 자연의 근본적인 원리를 다루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한편으로는 충분한 경험이 없어서 미숙한 이야기만 하게 되거나 다른 한편으로는 지엽적인 일에 휘말려서 세부적으로는 뭔가 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거나 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그래서 더 알고 싶어 하고 계속 생각하려고 하게 되는 것 같다. 가장 좋지 않은 것은 그런 '목마름'이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목마름이 없다면 아무리 자연의 근본 원리를 찾는다는 이론물리를 한다고 해도 실제 하는 일은 오히려 그 목표에서 멀어지더라..

  내년에는 어떤 방향으로 연구하게 될지, 그리고 그 이전에 계속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될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한다. 계속 느끼는 것이지만, 현재 연구하고 있는 것의 어중간함이 다소 답답하게 느껴진다는 점이 문제인데, 좀 더 명확하게 이야기하면 뭔가 끌려다닌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휘둘린다고 해야 할까... 연구에서 그런 면을 더 줄이고 싶은 것이다. 단순히 '살아남는다' 거나 '지금까지 해 오던 관성대로 논문을 쓰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 이야기로 가치 있는 뭔가를 찾아낼 수 있을지, 그리고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지가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순하게 한번 논문 써 본 것으로 만족하거나 내가 이미 가지 있는 것을 가지고 논문을 늘리는 것보다는 논문을 썼을 때 이전보다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고, 아직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근사한 뭔가를 찾아내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되는 것 같다. 나만의 생각이 내가 가지고 있는 좁은 시야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의 흐름에 좋은 기여를 하는 것이었으면 하고... 그런 희망이 다 이루어진다면 아마 가장 행복한 물리학자겠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히 이루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닌지라.. 좀 더 덜 거창한 소망을 하나 적어보자면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겠지만.... 

 그것과는 별도로 '좋은 문제'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사실 모든 일이 목적이 고정된 것도 아닌게, 말 그대로 불확실한 상태에서 헤매다 보면 생각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지라, 내가 풀고 있는 문제가 좋은 건지 나쁜 건 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결과론적인 면이 있다. 그래서 이 소망은 지금 하고 있는 것들 혹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어떻게든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하는 것에 가까울 것이다. 아마 지금 신경 쓰고 있는 것 중 많은 것들은 몇 달 지나지 않아서 잊혀질 것이고, 진짜 중요한 것의 힌트가 될 수 있는 것을 그저 지나치고 있을 수 있다. 그래도 뭐라도 좋은 것 좀 건졌으면 하는데... 결국 시간과 마음의 연구라는 것도 마음 편히 여러 시도들을 할 수 있는데 필요한 것이다 보니 완전히 다른 것도 아니다.

 소망이 소망인 것은 아마 이루어지기 힘든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가지고 싶다보니 신경도 쓰이고 걱정스러워지기도 하는 것이겠지만..  그리고 소망이 이상적일수록 주변은 점점 외로워진다는게 사람을 쓴웃음 짓게 만드는 것 같다. 단순히 외로움에 그치면 어떻게든 견디겠지만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하는데 작용한다면 그것도 문제겠지...

 Es irrt der Mensch, solang' er strebt.


 여기 오시는 분들은 아마도 물리에 어느 정도 애정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내년에는 좀 더 그런 애정이 좋은 방향으로 보답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꼭 지금 당장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는 형태일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게 좋은 미래와 항상 연결되지는 않더라구요.. 다만 먼 훗날 뒤돌아 보았을 때 나쁘지 않은 길이었더라 혹은 오히려 좋은 길이었더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면 가장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